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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데 Aug 27. 2015

사막과 광대 이야기

시작하는 이야기

마치 시 속의 한 구절처럼, 작열하는 태양이 사막을 불 태우고 있었다. 

사막은 태양을 닮으려는 듯이 , 흰색으로 빛나고 있다. 그리고 한 광대가 이 사막의 열기의 수풀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광대는 머리엔 노란색의 중절모를 쓰고 있었고, 짙은 파란색의 양복에 밝은 빨간색 넥타이를 , 오른손엔 검은색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다. 하얗게 분칠 한 얼굴에는 과장되게 그려진 빨간 웃는 입술과 회색으로 그려진 큰 눈물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 광대의 맞은편 저 먼곳에서, 사막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무리의 군중의 행렬이 광대를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도, 타고 있는 이동수단도, 성별도, 연령도 제각각인, 공통점이라고는 같은 곳을 향해 간다는 것 밖에 없는, 그런 행렬 이었다. 

광대와 이 기묘한 행렬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만났다. 사막에서만 흐르는 이상한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광대는 이 군중의 선봉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검은색 서류가방에서 황금색 공 세개를 꺼내었다. 공이 태양빛을 받아 일렁였다. 광대는 공들을 천천히 공중으로 날려 보냈고, 이 황금색 공은 그 최고점에서 밝게 빛났고, 다시 추락했다. 그리고 이 추락한 공들을 광대는 다시 공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군중은 그 광대를 위해 행렬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그곳에 있는 거대한 웅덩이를 피하는 것처럼, 광대를 맞아 두개의 행렬로 갈라지고 다시 합쳐졌다. 

수백,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광대의 곁을 비켜갔다. 대부분의 사람이 광대를 본체 만 체하고 지나갔다. 개중에 몇 명은 힐끔힐끔 광대를 쳐다보았고, 개중의 몇은 휘파람을 불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광대의 묘기를 관람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아이가 광대 앞에 멈추어 선 것은, 끝없는 행렬도 끝에 다다라 사람들이 띄엄띄엄 광대의 곁을 지나던 때였다. 아이는 물끄러미 광대를 쳐다보았다. 광대는 아이가 보기 전과 다름없이 계속해서 공을 공중에 날려 보냈고, 마침내 군중의 마지막 사람이 바쁜 걸음으로 광대의 곁을 지났을 때, 광대의 묘기도 갑작스럽게 멈추었다. 광대는 빛나는 황금색 공을 다시 검은색 서류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 듯이, 광대는 아이를 쳐다보았다. 두개의 시선이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조심스럽게 만났다.

"아저씨는 누군가요?"

아이가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광대란다."

이미 거대한 행렬은 사막의 지평선에서 사라질 듯 말듯한 아지랑이가 되어 있었다. 광대와 아이는 행렬이 사라질 때 까지 그 어지러운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검은 점이 일렁이는 연기 속으로 사라졌을 때, 아이가 물었다.

"광대는 무슨 일을 하나요?"

"묘기를 부리고 다니지."

"하지만 보는 사람이 없는걸요."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단다."

"그러면 아저씨는 왜 울고 있나요?"

"나는 늘 울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아저씨는 웃고 있는걸요."

"그건 내가 웃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아이는 한참 동안 광대를 물끄러미 광대를 쳐다보았다. 광대는 아이의 시선을 털어내듯 가방을 툭툭 털어내었다.

"그건 그렇고, 너는 이제 어디로 가니?"

아이는 수평선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고, 새파란 하늘과 하얗게 빛나는 모래, 그리고 그 두개가 어지럽게 섞인 지평선만이 아이의 시선 끝에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미 사람들은 가버린걸요."

광대는 빨간색으로 그려진 웃는 입술에 작은 미소를 보태었다.

"그런 건  상관없단다.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좋아요."

광대는 서류가방을 다른 손으로 바꾸어 들고, 아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둘은 천천히 걸었다. 광대는 아이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걸었다.

이제 광대와 아이도 그 행렬처럼 아지랑이의 지평선으로 사라져 갔다. 태양은 뜨겁게 사막을 비추고, 모래는 흰색으로 빛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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