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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데 Aug 27. 2015

꿈꾸는 아이 이야기



  옛날 옛적에, 아주 큰 도시의 어떤 집에, 한 소년이 살았었습니다. 

  소년은 유달리 꿈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 꿈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소년은 꿈을 꾸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었습니다. 하루는 멋진 소방관이 되어서 불이 난 집에서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고, 하루는 대통령이 되어서 나라를 잘 다스리기도 하였습니다. 소년은 소년의 꿈속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소년이 처음 가보는 골목길을 걸어갈 때였습니다. 희미한 전봇대의 불빛 사이에서, 무언가가 소년을 불렀습니다.

"나를 위해 잠깐 시간을 내어주지 않겠니."

  소년은 소리가 난 곳을 둘러 보았고, 빛사이의 어두컴컴한 곳에서, '그것'이 소년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작고 까맣고, 형태가 없는 '그것'입니다.

"네 꿈을 조금 나누어 주지 않겠니. 여기는 너무 깜깜하고 춥구나."

  소년은 꿈이 많았기 때문에, 꿈의 조각 일부를 '그것'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노란색에, 따듯한 체온이 느껴지는 그런 꿈이었습니다. '그것'은 소년의 꿈 조각을 받아 들고 다시 불빛 사이의 어두운 공간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소년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소년은 다시 '그것'을 만났습니다. 여전히 까맣고 형체가 없었지만, '그것'은 조금 더 커져있었습니다. '그것'은 소년에게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네 꿈을 조금 나누어 주지 않겠니. 여기는 너무 깜깜하고 춥구나."

  하지만 이번에 소년은 미안하다고, 내 꿈은 나누어 줄 수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그것'이 슬픈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너는 정말 이기적이구나. 내가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데. 너 혼자 그 좋은 꿈들을 모두 꾸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착한 마음을 갖고 있던 소년은, 그 말을 듣고 '그것'에게 자신의 보라색으로 빛나고 벨벳같이 부드러운 꿈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소년의 꿈을 받고 어둠 사이로 다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소년은 얼음 같은 추위에 몸을 떨었습니다.

  몇 주가 지나고, 소년은 다시 '그것'과 마주쳤습니다. '그것'은 어둡고 형체가 없었지만, 소년만큼 커져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그것'은 소년에게 꿈을 나누어 달라고 했습니다. 소년은 화를 내었습니다. 내 꿈은 절대로 나누어 줄 수 없다고, 이제는 나의 꿈도 얼마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도리어 화를 내며 말하였습니다.

"그건 말도 안돼! 너는 아직 꿀 꿈이 그렇게나 많이 남아있잖아. 나는 하나도 없다고!"

  '그것'은 그렇게 말하며, 소년에게서 거칠게 꿈을 빼앗아 갔습니다. 소년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것'을 막아봤으나, '그것'이 좀 더 빨랐습니다.  빨갛고 향기로운 향이 나는 꿈이었습니다. 소년은 그렇게 꿈을 빼앗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소년은 가슴속의 한 구석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소년은 다시 '그것'을 만났습니다. 까맣고 형체가 큰, 소년의 키를 훌쩍 뛰어넘게 커져버린 '그것'입니다. '그것'은 소년에게 꿈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소년은 침울한 목소리로, '그것'에게 애원했습니다. 제발 내 꿈을 가져가지 말아달라고, 이제 너무 힘들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위압적인 말투로 말하였습니다.

"안돼. 너는 꿈을 가지고 있잖아. 나는 너에게서 꿈을 빼앗아 갈 거야."

'그것'은 소년에게서 꿈을 손쉽게 가져가 버렸습니다. 하얗고 눈부시게 빛나는 꿈입니다. 소년은 그렇게 꿈을 빼앗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소년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몇십 년이 지나고, 어른이 된 소년은 '그것'과 다시 마주쳤습니다. 소년이 말했습니다.

"이제 나는 너에게 줄 수 있는 꿈이 없어."

'그것'은 이제 가로수 만큼 커져있었습니다. '그것'이 말했습니다.

"그래. 이제 너에게서 빼앗을 꿈이 없구나. 그렇다면 내 것을 좀 나누어 줄게."

  '그것'은 자신처럼 까맣고 차가운 꿈 조각을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소년은 그 꿈 조각을 들고 한참을 고민한 후, 자신의 몸속에 그 꿈 조각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렇게 소년은 꿈을 얻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소년은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소년은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소년은 '그것'을 다시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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