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의 자그마한 대학교에 있는 학생 A씨는 어느 날 문득 콘크리트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머리를 별안간 강타한 이 생각은 하루 종일, 일 주일 내내, 일 년 내내 계속되었다. 밥을 먹을 때도 콘크리트는 무슨 맛일까 하는 생각을 했고, 잠을 잘 때에도 침대를 부셔버린 뒤 장판을 걷어내고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새우잠을 청할 정도였다. 배게는 시멘트 포대였다. 가방에는 콘크리트 조각이 조금 들어있었고, 필통에는 D10 짜리 철근이 들어있었다.
그렇게 A씨는 모든 종류의 콘크리트를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약관을 갓 넘긴 이 젊은 학생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는 단지 표면을 슬쩍 만지는 것 만으로도 강도부터 걸려있는 하중이 얼마인지, Curing은 얼마나 되었는지, Shrinkage는 얼마나 일어났는지, 혹은 처짐이 얼마 정도 일어났는지 알아냈다. 또한 그가 귀를 콘크리트에 가만히 대고 있으면 그 안의 철근의 개수부터 보강 철근의 위치, 혹은 제대로 정착이 되어 있는지 아닌지 까지 알 수 있는 정도였다. 어떠한 위치의 어떠한 난이도의 콘크리트 벽이며 슬라브, 기둥, 보 할 것 없이 그의 손을 거치면 설계강도를 훌쩍 뛰어넘는 뛰어난 콘크리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 A였다.
하지만 A씨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콘크리트가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콘크리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칭송했지만 그것만으로 그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는 더 많은 것이 필요했다.
어느 날, 그는 문득 그 자신이 콘크리트와 닮아 있지 않나 생각했다. 분명히 범인들은 알 수 없는 천재들의 논리가 그를 스쳐지나 갔을 것이다. 그는 몇 가지 조심스러운 실험을 자기 자신에게 행했고-다행히도 그는 착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침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콘크리트의 보강재료로서 인간은 적절하다'
그렇게 그는 자기 자신을 콘크리트 안에 집어 넣을 생각을 했다. 그는 먼저 자기 자신이 충분히 정착할 수 있는 크기의 기둥모양의 거푸집을 조립했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할 철근들을 조심스럽게 조립했고, 한편에 시멘트와 물, 골재와 혼화재 등을 그만의 비법으로 잘 섞어두었다. 그는 잘 만들어진 거푸집을 세우고, 그 안에 철근을 배근했다. 그리고 그 좁은 철근 사이에 천천히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부터는 전설로만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혹자는 그를 도와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마침내 철근 사이에 자리를 잡자, 갑자기 콘크리트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저절로 거푸집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차가운 콘크리트는 그의 발가락부터 무릎, 허리,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으며, 마침내 그의 콧구멍을 가리고 눈을 덮었을 때, A씨는 마지막 숨을 내쉬며 보이지 않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콘크리트는 수화되며 제법 높은 온도로 올라갔고, 설계 강도에 다다랐을 때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거푸집이 저절로 떨어졌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기둥은 천천히 식었으며, 아직도 미열이 측정되고 있다고 한다.
혹자는 그것이 그저 미친 짓이라고, 혹은 거짓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정말로 콘크리트를 잘 알았으며, 그가 곧 콘크리트였고, 콘크리트가 곧 그였던 경지에 올랐던 것이다. 또한 나는 그가 그 콘크리트 안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을 것이라고, 현신한 콘크리트의 신이 아닐까 하고 감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