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현대인의 죽음

by 엔데

어느 멋지고 행복한 주말 저녁의 일이다. J는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멋진 카페에서 SNS를 하고 있었다. 그는 카페와 서울의 풍경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는 여러 각도에서, 다른 조명에서 사진을 찍었고… 마침내 만족스러운 컷을 찾아 SNS에 올리려고 했다. 이 포스트로 올라갈 팔로워 숫자를 생각하며 J는 미소 지었다. 사진에 필터를 씌우고, 몇 가지 보정을 더하고, 신중하게 태그를 작성했다. 그러다 갑자기 재채기가 나왔다.

누구나 - 이 누구나 라는 단어는 평범하기 때문에 비극의 단초를 제공한다 - 재채기를 한다. 어린아이도 하고, 늙은이도 한다. 현명한 이도, 어리석은 이도. J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J는 재채기를 하면서 기껏 공들여 작성한 포스트를 지움과 동시에, 실수로 어떤 SNS 유명인사 A의 최신 포스트에 싫어요를 눌러버렸다. 작성하던 포스트가 지워진 것에 참담함을 느끼던 J는 그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주의 깊게 자신의 포스트를 관리하던 A는 자신의 포스트에 걸린 J의 싫어요를 발견했다. 그는 J의 페이지를 방문한 후 팔로워 숫자를 체크하였다. 그리곤 몇 가지 신랄한 비판을 댓글로 단 후 J와의 SNS 관계를 끊었다. 자신의 최신 포스트의 댓글에 J의 페이지에 관한 짧은 비판의 글도 함께 올리고 말이다.


다음날 아침, J는 전날 올린 포스트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알람창은 조용했다. 좋아요 수도 터무니없이 적었다. 그 흔한 댓글마저 한 줄도 올라오지 않았다. 쓸데없는 홍보글-날파리 같은 녀석들 말이다-만 댓글창에 난무했다. 구도나 촬영 필터, 기법 같은 포스트 내적인 요소들은 완벽하게 최신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J는 이내 포스트 외적인 문제을 찾아보았다. 몇 시간의 추리 끝에 그는 자신이 SNS 유명인사 A의 포스트에 싫어요를 누른 것을 알았다.

<내가 저 사람의 포스트에 싫어요를 눌렀어!>

J는 생각했다.

<곤란하게 되었군. 고의는 아니지만 말이야. 일단 사과를 해야겠어>

J는 신중하게 몇 문장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A에게 SNS로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A 씨, 제가 실수로 당신의 포스트에 싫어요를 눌러버렸습니다. 재채기 때문에 실수로 누른 것입니다. 제가 평소에 당신의 페이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주셨으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SNS 유명인사 A는 자신의 포스트를 관리만 해도 너무나 바쁜 사람이었다. 메시지 창의 J의 메시지는 A의 관심을 끌기엔 너무나 작았다. 다만 A는 메시지 창의 알람을 지우려는 의도에서 J의 메시지를 읽지 않은 채 빠르게 껐다.

메시지가 '읽음'으로 표시된 뒤 세 시간 정도가 지났다. J는 이내 말도 못 할 정도로 초조해졌다. SNS 조차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에 온통 A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찼다.

< 내가 쓴 글에 성의가 없었나? 아무래도 조금 더 길게 써야겠어.>

J는 오후 일과를 모두 날려가며 A를 위한 사과문을 작성했다. 사과문 작성은 집에 돌아와서까지 계속되었다. 완성된 사과문은 핸드폰 화면 3페이지가 넘어갔다. 자정을 가깝게 J는 A에게 사과문를 보냈고 J는 정신적인 피로함에 금세 잠들었다. 그날 밤 J는 악몽을 꾸었다.


다음날 아침, J는 눈을 뜨자마자 SNS 메시지 창을 확인해보았다. A의 답장이 와 있었다! J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알겠어요.」

J는 이 짧은 '알겠어요'라는 단어에 담긴 함의를 추측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이 SNS 유명인사 A 씨가 화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정말 속 좁은 사람이구만!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페이지에서 보던 것 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야! A 같은 유명인사가 그럴 수 있다니.>

J는 그렇게 생각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아니, 재채기가 나오는 걸 어떻게 막겠어. 재채기는 자연의 순리라고. 하지만 A는 아직도 내가 일부러 누른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 아니야! 일단 알겠다고는 했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거야.」

아침 밥상에서, J는 아내에게 어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J가 보기에 아내는 이 일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A가 남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SNS상의 친구 사이임을 알고는 안심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일단은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아요.」

아내가 말했다.

「안 그러면 A가 계속 당신을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 거 아니에요.」

「그래, 그래야겠어. 받아줄 때까지 사과해야지.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점심 즈음, SNS을 하고 있던 A의 포스트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였다. 마침 J의 회사 근처 카페였다. 마침 사무용 정장도 입고 있었으니, 사과하기 좋은 기회다-라고 J는 생각했다. J는 하던 일을 멈추고 A가 있는 카페로 달려갔다.

카페에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A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A는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J는 양복을 고쳐 입고 A에게 다가갔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A 씨, 그저께 제가 실수로……」

J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제가 실수로 재채기를 했습죠……. 그래서 본의 아니게 A 씨 포스트에 싫어요를 눌러버렸습니다. 죄송하…….」

「거 무슨 쓸데없이……. 그래서 어쩌자는 거예요?」

A는 J 를 무시한 채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 참. 아직도 용서하지 못한다는 거군!>

J는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화났다는 얘기야……. 아니, 이대로 내버려둬선 안돼……. 어떻게든 해명해야지…….>

만족스러운 사진을 더 건지지 못한 건지 A가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패닉에 빠진 J는 A를 황급히 따라가면서 말했다.

「A 씨! 이렇게 제가 간곡하게 사과드리는 건 정말로 미안해서 아러는 겁니다! 정말 고의가 아니었다고요!」

A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절 놀리는 거예요 뭐예요!」

A는 그렇게 말하며 쌩 하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놀리려고 한다니!>

J는 생각했다.

<놀리다니! 나를 조금도 이해해주지 않았군! 정말로 속이 좁은 사람이야. 저런 사람에게는 더 이상 사과하지 않겠어. 맘대로 해보라지. 이메일을 쓰는 거야. 지금 내가 얼마나 불쾌한 상황인지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하며 J는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이메일은 쓸 수 없었다. 거듭 생각해보았지만 이메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날 J는 반차를 내고 A를 다시 찾아갔다.

「A 씨, 어제 일은 절대 A 씨를 놀리려고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는 사과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저께... 실수로 A 씨 포스트에 싫어요를 누른 것에 대해 말입니다. 어떻게 제가 감히 A 씨를 놀리려고 하겠습니까. 만약 제가 어제 실수로 라도 웃었다면 그건 아마 …….」

「꺼져!」

A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뭐라고요?」

J가 두려움에 속삭이듯 물었다.

「꺼지라니까!」

A가 발을 구르며 되풀이 말했다.


J의 뱃속에서 무언가 터져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J는 문을 향해 뒷 걸음질 쳤다. 그리고 흐느적흐느적 밖으로 걸어 나갔다. J는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겨 회사가 아닌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온 그는 양복을 벗지도 않고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죽었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을 현대적인 상황으로 개작해보다.

그림 - 프란시스 베이컨, 인간 신체에 따른 세 연구(1976)

이전 06화은 포크의 피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