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엄청난 글을 쓰려고 했다.
그 엄청난 글의 윤곽이 내 머리를 강타했을 때,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그것을 가까스로 내 옆에 앉혀 놓을 수 있었다. 그런 종류의 아이디어는 '벨튀'하는 옆집 꼬마처럼 불시에 내 뒤통수를 치고 간다. 눈에서 '팍' 하고 터지는 불꽃들을 본 다음에 그 아이디어를 다시 보려고 하면 보통 그 아이디어는 저만치 달아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우연히도 나는 다른 이유로 노트북을 켜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가까스로 아이디어의 소매를 낚아챈 다음, 도망가지 못하게 적당히 숨을 죽여놓고, 내 옆자리에 앉혔다. 아이디어는 적당히 체념한 표정이었다.
그 엄청난 글에는 달에서 사는 작은 꼬마 숙녀가 나왔다. 물론 꼬마 숙녀는 식인종이었다. 그녀는 아주 작아서 그 멋진 월석으로 만든 드레스가 땅에 닿을 지경이었다. 나는 이 꼬마 숙녀에게 '피피'라는 이름을 붙여줄 예정이었다. 피피는 얼굴이 아주 귀여웠고, 이가 매우 날카로웠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의 부위는 실리콘이 들어간 코였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피피는 지구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의 모임'에서 초대를 받는다. 이 초대장은 원래 한국의 서울에 살고 있는 어떤 시답지 않은 피라미 대학생 작가에게 전달될 예정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피피에게 전달된 것이다. 피피는 아주 순수한 소녀였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 배달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작가들은 맛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맛이 아주 궁금했다.(참고로 그녀는 소방관들을 가장 맛있게 먹는다. 은은한 훈제향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피는 한 손에 작고 예쁜, 사람 머릿가죽으로 만든 여행가방을 들고 서울로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녀는 조너선이라는 갈매기를 타고 지구, 서울에 도착한다. 그리고 피피는 그 희고 예쁜 손으로 그 모임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다른 손으로는 은으로 만든 작은 포크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갈매기에 자동항법장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헷갈렸다! 나는 잠시 타이핑을 멈추고 턱을 괴었다. 이렇게 하면 생각이 잘 나곤 했다. 그리고 커피도 몇 모금 들이켰다. 하지만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엔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게 되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이 세상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모르는 것 같았다. 글을 이어 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보인데!
만약 갈매기에 자동항법장치가 없다면 초대장을 깜박한 피피에게 갈매기가 달에서 초대장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고.
초대장이 없으면 피피는 맛있는 작가들이 잔뜩 모여있는 응접실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고.
응접실에 들어가지 못하면 피피의 작고 반짝반짝 빛나는 은제 포크가 어떻게 예술적으로 쓰이는 지 도 알 수 없을 것이고.
은제 포크가 어떻게 예술적으로 쓰이는 지 알 수 없으면 그것에 영감을 받은 한 작가가 피피에 대한 시를 쓰지도 못하고.
시가 쓰이지 못하면 유명해진 피피가 자신들의 뱃가죽을 뜯어달라는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 달로 허겁지겁 돌아오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나의 이 엄청난 글은 갈매기의 자동항법장치 때문에 좌절되었다. 내 기쁨이었는데! 나는 큰 상실감에 얼굴을 손바닥 안에 파묻었다. 내 옆에는 반쯤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앉아있는 아이디어가 앉아있었다. 아이디어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나는 덩달아 미안해져서 아이디어를 저리 멀리 던져버렸다. 아이디어는 잡혀있다가 풀린 잠자리처럼 비틀거리며 날아갔다.
제목은 '포크와 피피'라는 제목으로 지으려고 했다. 근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