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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Jun 10. 2018

큐레이션의 시대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에 대해

혁오의 인터뷰를 읽고

취향은 어떻게 생길까.
임동건: 내 경우엔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출발했다. 어렸을 때 일본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데 요즘엔 그냥 내가 좋으면 좋은 거, 더 나아가서는 너무 여러가지를 접하면서 과연 내 취향이 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오혁: 나나 멤버들이 마지막 디깅(digging)세대인 것 같다.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디깅 세대이기도 한데, 어렸을 때부터 유튜브를 통해 디깅을 하고, 그걸 통해 다시 구글링하고, 다시 유튜브에 가고. 그렇게 하나씩 모아가던 세대인데, 다음 세대는 이런 걸 할 필요도 없지 않나 싶다. 몇 년 전에 아직 스포티파이를 이용 안 할 때 현제가 스포티파이를 쓰는 걸 봤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그걸 분석해서 알아서 추천을 해주는데, 그게 심지어 다 좋고 나는 모르는 팀이었다. 그걸 보니까 디깅이라는 게 뭔가 되게 부질 없는 행위가 된 것 같았다.
이인우: 고등학생 때는 우연히 좋아하는 뮤지션을 알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해 일단 다 찾아봤었다. 되게 세세한 것까지 찾은 다음에 그 사람이 누구랑 작업했으면 그 사람을 또 찾아서 혁이가 얘기한 것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모았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애플뮤직에서 다 추천해주더라. 플레이리스트가 있으면 우선 들어보고 좋은 건 모아놓고, 아니면 패스하고. 요즘에는 뭔가 그런 식으로 바뀐 것 같다.

#0 

얼마전 아이즈에 혁오의 인터뷰를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디깅에 대한 부분에 대해 온갖 생각들이 떠올라서 그냥 끄적여봤다. 


#1 

생각해보면 나도 오혁이 말한 것처럼 좋은 음악을 찾으면 그 뮤지션 앨범 전체 찾아보고 그 중에 제일 명반이라고 알려진 것 듣고 난 뒤 연관 뮤지션까지 이어가며 내 취향을 넓혀왔었다. 근데 요즘은 스포티파이만 듣고 있으면 알아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주니까 그 중에서 내 취향을 솎아내는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한동안 너무 비슷한 음악만 추천되는 바람에 일부러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듣기도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덜 노력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는 것은 정말 좋은일이다. 근데 밀도의 문제랄까? 확실히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결국 현재와 같은 큐레이션의 시대에선 결국 나의 큐레이션 능력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흔해빠진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좋은 것들 중에 얼마나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는 결국 나의 손에 달렸다는게 절실하게 느껴진다.  


#2 

정말 음악, 영화, 정치, 뉴스 등 모든 분야가 내가 좋아하고 내 입맛에 맞는 것들만 보여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최근에는 최근의 사회갈등이 더 심화되는 것에는 이러한 개인화 양상도 분명히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유튜브만 해도 내가 평소 어떤 영상을 즐겨보느냐에 따라 첫 페이지가 완전 달라지니까.  

결국 과거나 지금이나 나의 선택과 보는 눈이 중요한건 마찬가지인데 요즘은 아집이 강화되기 더 쉬운 구조인 것 같다. 게다가 요즘은 온갖 종류의 좋아 보이는 삶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니 상대적 박탈감과 억울함도 더 크게 느껴진다. 결국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나의 삶을 세워야하고,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평생 해야하는데 갈수록 이게 너무 어렵다.


덧. 

예전에는 앨범단위로 음악을 들었는데 이런 방식이다보니 정말 싱글 단위로 듣는 비중이 확 늘어났다. 예전엔 좋아하는 작가를 발견하면 그 작가의 소설집을 찾아 읽었는데 요즘은 비슷한 스타일의 단편을 찾아읽는 방식으로 변한 것 같달까. 아쉬움이 있으면서도 이게 그냥 꼰대스러운 마음에서 온건지 시대의 변화로 인한 자연스런 마음인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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