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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Sep 05. 2015

동심이란 무엇일까?

<솔로강아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소위 '고어'라고 지칭되는 잔인한 영화가 유행이었다. <기니어피그> 시리즈나 <이치 더 킬러>와 같이 일본의 고어영화들을 끔찍해하면서도 열심히 찾아봤다. 당시 봤던 그 강렬한 이미지들이 지금도 선명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죽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 적도 없으며 연쇄살인범이 되지도 않았다. (심지어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어릴 때 00도 했고 00도 했지만 지금 잘 살고 있다."고 그냥 넘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10세의 아동이 학원을 가기 싫은 감정을 시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엄마를 씹어먹고" "눈깔을 파먹"는다고 하는건 주요하게 살펴야할 사안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저 표현 자체라기 보단 이후의 과정인데, 표현만큼 그 표현을 둘러싼 맥락을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저 시를 본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감정을 직면했고 학원을 그만두게 했으며, 아이는 "앞으론 엄마가 기분 좋아질 시를 쓸게"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잔혹동시"라고 명명함으로써 저 시에 담긴 아이의 감정과 이것에 대처한 부모의 바람직한 행동은 잔혹하고도 패륜적인 표현에 덮여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아이를 저토록 극단적인 감정이 들도록 한 이 사회의 분위기에 대해선 대부분 침묵했다.


 "잔혹동시"라고 명명된 저 시집에 담긴 다른 시들을 살펴보면 정말 훌륭하다. "강아지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외로움이 납작하다"라거나 "사춘기 아이는 빛에서 나와 계단으로 내려간다 / 한 칸마다 하나의 발자국 / 어둠 속으로 내려간다 / 얼굴도 손도 다리도 점점 어두워진다" 라는 등 독창적인 표현이 가득하다. 


 아이가 상처받길 원치 않는다고, 아이의 예술세계를 존중해주고 싶다며 폐기를 반대하던 부모는 결국 입장을 철회해 <솔로강아지>는 전량 폐기되었다고 한다. 요즘 각종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초등학생들의 독창적인 시험답안"과 같은걸 보면 학교에서 아이들의 개성을 어떻게 망가트리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 수 있다. 동심이란 무엇일까? 밝고 건강하고 때묻지 않은 것에 대한 어른들의 판타지, 혹은 열망을 그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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