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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Sep 25. 2015

내 삶이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없다.

어느 꼰대의 편지를 읽고


김광일 논설위원의 글에 대한 백스프의 글(http://www.ziksir.com/ziksir/view/2390)을 읽고 그냥 다 서글퍼졌다. 그래서 끄적거려본 글.




 20   나는 대전의 삼익목화아파트 32평에 살았다.  아파트는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평생 장사해서 모은 돈으로 샀다고 들었다. 그리고 같은 단지 내에 홈런왕 장종훈이 살았었지. 그때만 해도 그런 곳에 사는 것이 당연한   알았다. 한창 공사 중이던 아파트 단지에 아버지가  데려가 "이게 나중에 우리가 들어갈 집이란다." 말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IMF 이후 빚보증 연쇄 폭발로 모든  날아갔다는 흔해빠진 이야기로 끝나긴 하지만.


 그리고 10여 년 전 난 연고도 없이 서울에 무작정 올라왔다. 월 13만 원짜리 옥탑방에 친구랑 둘이 살며 총 생활비가 288,000원인 생활을 했던 2005년을 지나, 어쨌든 지금은 내 힘으로 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적은 돈이지만 할머니한테 용돈도 보내드리고 적금에 연금도 넣고 있으며 보험료에 정기후원도 하며 가끔 공연도 보러 다닌다. 어디에 자랑할만한 삶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의 삶은 너무나도 팍팍하다. 원금상환이 하나 둘 씩 풀리고 있는 학자금 대출은 10년 뒤에나 상환이 끝난다. 살면서 한 번만 삐끗하면 내 삶은 바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아마 평생을 낙오하지 않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내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 나는 그게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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