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없다.

어느 꼰대의 편지를 읽고

by 도군


김광일 논설위원의 글에 대한 백스프의 글(http://www.ziksir.com/ziksir/view/2390)을 읽고 그냥 다 서글퍼졌다. 그래서 끄적거려본 글.




20여 년 전 나는 대전의 삼익목화아파트 32평에 살았다. 그 아파트는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평생 장사해서 모은 돈으로 샀다고 들었다. 그리고 같은 단지 내에 홈런왕 장종훈이 살았었지. 그때만 해도 그런 곳에 사는 것이 당연한 건 줄 알았다. 한창 공사 중이던 아파트 단지에 아버지가 날 데려가 "이게 나중에 우리가 들어갈 집이란다."고 말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IMF 이후 빚보증 연쇄 폭발로 모든 게 날아갔다는 흔해빠진 이야기로 끝나긴 하지만.


그리고 10여 년 전 난 연고도 없이 서울에 무작정 올라왔다. 월 13만 원짜리 옥탑방에 친구랑 둘이 살며 총 생활비가 288,000원인 생활을 했던 2005년을 지나, 어쨌든 지금은 내 힘으로 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적은 돈이지만 할머니한테 용돈도 보내드리고 적금에 연금도 넣고 있으며 보험료에 정기후원도 하며 가끔 공연도 보러 다닌다. 어디에 자랑할만한 삶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의 삶은 너무나도 팍팍하다. 원금상환이 하나 둘 씩 풀리고 있는 학자금 대출은 10년 뒤에나 상환이 끝난다. 살면서 한 번만 삐끗하면 내 삶은 바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아마 평생을 낙오하지 않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내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 나는 그게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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