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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Oct 22. 2015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돼.

십년 전의 나에게

 어린시절부터 나는 "누구도 너를 도와주지 못하니 니 삶은 나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지겹도록 들어왔다. 이 말은 나로 하여금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지만, '내가 무너지면 나는 끝장이구나'하는 생각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항상 배수진을 치고 사는 기분이랄까?


이러한 두가지 마음은 나로 하여금 '관심과 참견'이라는 (나조차도 종종 헷갈리는) 미묘한 한끗차이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너는 혼자서도 잘 하니깐."이라는 말에 자부심을 느끼다가도, 왠지 모르게 문득 울컥하는 날도 있었다.


언젠가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엄마한테 무슨일 생기면 이모한테 가봐. 너 힘들지 않게 엄마가 준비해놓고 있으니까." 이 말을 듣고는 기분이 참 묘하더라. 물론 요즘도 웃으며 "엄마돈은 엄마가 다 써요. 내 돈은 내가 다 쓸꺼니까ㅋㅋㅋㅋㅋ"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나는 '관심과 참견'이라는 미묘한 한끗차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기약없는 약속은 믿지 않으며 세상의 모든 일은 '아직'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것 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있다. 하지만 '내가 무너지면 내 인생은 끝장'이라는 생각에 더이상은 짓눌리지 않게 되었다. 내가 무너지더라도 언제든 손을 내밀어줄 따뜻한 마음들에 의지하며 살고있다. 가능하다면 이러한 생각이 내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었는지 과거의 나에게 보여주고 싶다. 너 혼자 그렇게 버둥거리면서 살지 말라는 말과 함께.  


덧.
예전에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대도 하지 말고 현재만 생각하며 살아야한다. 기대는 대부분 실망을 낳을뿐이니까.'라는 생각으로 대동단결하고는 '내 생각들이 혼자서 나온게 아니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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