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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Dec 22. 2015

"너에게서 온 나라에 평화가 시작되리라"

2년만에 다녀온 강정마을

 강정마을에 다녀왔다. 2년 반 전에 처음 왔다가 제주도에 또 언제 올진 모르겠지만 또 오게 된다면 반드시 강정마을엔 들리겠다고 다짐했었다. (물론 잘 해결되서 오지 않기를 바랐다) 한시간 반 남짓 버스를 타고 도착한 강정마을의 하늘은 높고, 바다는 파랗고, 공사 차량이 계속 드나들고, 세월호 현수막이 추가되고,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기지의 윤곽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걷고 있는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싸움 3126일"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을 보는데 눈물이 조금 났다. 3126일이라니. 그렇게 쌓여온 시간들을 나는 가늠하지도 못하겠다. 내 자리에서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3126일동안 내가 느꼈던, 그리고 어제와 오늘 느꼈던 나의 행복이 그냥 너무나도 미안했다.


 어떤 일이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고 입에서 말해지지 않으면 우리는 잊어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산다고 그것이 없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을만큼보다 조금 더 힘내서 보고 듣고 말하려고 한다. 부끄럽지만.  


덧.
강정에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아 아쉬웠는데 우연히도 강정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계신 할머니와 짤막하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해군기지 공사 이후로 사람들이 두 패로 갈라지고 육지로 떠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덤덤한 말투에 나만 괜시리 마음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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