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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Mar 02. 2016

내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바라보며


"다만 아직도 나에게는 의문이 남는다. 민주당에게는 어떤 전략이 남은 것일까. 지지자들에게 드라마 한 편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정당에게, 어떤 정치력이 남아 있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어째서 아무런 합의와 협상과 절충 없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방관하기로 결정했는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가. 그렇다면 그 정당이 선거에 이겼을 때 어떤 정치력을 보여줄 지도 눈에 선하지 않은가."


 선거권이 생긴 뒤로 내가 왜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는지 이 글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우리가 잘하려면 님들이 표를 줘야해요!!!" 라고 말하기 전에 잘해야 표를 준다는 생각을 할 순 없는건가. 그들은 마치 한번도 집권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언제나 칭얼댄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소수당에 "사표"를 주기 시작한 것에는 민주당의 저 행태가 싫었던 이유도 크다. 새누리를 막을 것은 우리가 유일합니다!!! 라며 나를 대변할 정당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악"의 선거로, 투표를 게임으로 만들어 버렸으며 자신들의 집권을 국민의 승리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소수 야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4·13 총선 때는 과반 이상을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할 예정이다” 라고 말하려면 좀 더 멋지게, 드라마틱하게 그만뒀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근 10년 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이렇게까지 칭찬받은 적이 있었나? "어차피" 라고 말하려면 이렇게 응원해준 사람들이 허탈감을 느끼게는 하지 말아야지, 표를 누가 던져준다고 생각하는건가.


 사람들이 느끼는 허탈감에 대해서 정말 "니들 그렇게 열광하더니 이제와서 등돌리는거냐?" 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이런식은 아니어야 했다. 적어도 소속 의원들마저 의아해하는 결론을 이렇게 급하게 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사람들이 분노하는 포인트는 "그동안 노력했던 의원들에 대한 질타"나 "역시 다 똑같고 소용없어"가 아니라 무능한 지도부에 대한 것이었다.


 심지어 박영선 비대위원이 김무성 대표와 함께 한기총 행사에 참여해서 "여러분이 우려하시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법, 이슬람과 인권 관련 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동성애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법이다. 이런 법에 더불어민주당은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들과 뜻을 같이한다." 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그의 지지자)들이 주창하는 "사람사는 세상"이나 "더불어"에는 인권의 끄트머리에 있는 집단은 언제나 빠져있었다.


 나는 필리버스터의 시작과 함께 민주당에도 너무나 멋지고 훌륭한 의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우습게도 필리버스터를 끝낸 다는 결정과 함께 왜 내가 그런 의원들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트위터의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무력한 것과 무기력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무력한 상황에서 시작한 필리버스터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끝내버리는 것이 제일 화가 난다.  


덧 하나
새누리의 콘크리트 지지층 어쩌고 하지만 민주당 역시 '역풍'운운하는 꼴을 보면 이런식으로 끝내도 자신들을 지지할 콘트리트 지지층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고. 그리고 100석 이상을 가지고 있는 제 1야당의 지도부가 자신의 당을 소수야당이라고 표현하다니, 후보단일화 깡패짓을 하던게 누구였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덧 둘

나의 표는 죽은 표가 아니다. 복지 아젠다가 이제서야 선거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건 그동안 모두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라고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정당 및 시민단체가 끊임없이 주장해준 덕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이제서야 수면위로 떠오른 기본소득처럼. 한국은 양당제가 아니다. 민주당을 찍지 않으면 새누리가 되는 이 판을 바꿔야 한다. 나를 대변해주는 정당에 투표하자. 이 말도 안되는 판에 작은 목소리들이 알알이 박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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