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군 Aug 27. 2015

불행은 나에게 찾아오지만, 행복은 내가 찾아가야 한다.

<불량공주 모모코>를 다시 보고


 언젠가부터 나에게 기쁜 일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느끼는 순간은 찰나, '이 기쁨이 언제 사라질까', '내가 감당할 수는 있는 것일까', '이 행복에 취해 불행이 다가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만 했었다. 언제나 기쁜 일 뒤에는 항상 나쁜 일이 찾아왔고, 나의 행복감이 클수록 바닥에 떨어졌을 때의 고통은 배가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차갑게 식어버린 설렁탕을 떨군채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를 읊조린 김첨지의 세계관이랄까.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행복을 겁내가면서까지 불행을 대비하는 이유는 뭘까. 불행하지 않기 위함인가? 그럼 내가 이토록 치열하게 생각하는건 고작 불행해지기 않기 위함인건가? 게다가 이런식으로 대비한다고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고, 단지 조금 덜 힘든 것 뿐이었다. 오지도 않은 나쁜 일 때문에 현재 나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바보짓인가. 뭔가 억울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먹기 시작했다. 어차피 기쁜일 뒤엔 꽤 높은 확률로 나쁜 일이 온다는 건 알고 있으니, 현재의 즐거움을 양껏 누리고 이걸로 힘를 얻어 나중의 나쁜 일을 대비하자. 즐거운 기억을 꼭 끌어안고 있으면 힘든 일이 교통사고처럼 닥쳐와도 에어백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뭐 이런거 말이다.  


 얼마 전에 봤던 <불량공주 모모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큰 행복을 눈 앞에 두면 갑자기 깊은 병에 걸려버려요. 행복해지는 건 불행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해요."


  그렇다.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불행은 나에게 찾아오지만, 행복은 내가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뭐 언젠가부터 행복이라는 단어보다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좀 더 삶에서 손에 잡기 쉽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즐거움을 찾아다니도록 하자. 혼자 보단 여럿이 좋으니 함께 찾아다니자. 뭐 그런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언젠가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