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기증(a.k.a 골수기증) 1주년을 맞아
오늘 사무실로 조혈모세포 기증(a.k.a 골수기증) 1주년 감사편지가 도착했다. 누군가 살리는 일을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는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실제로 타인과 조혈모세포가 일치할 확률은 2만 분의 1이라고 한다.
TV를 통해 보인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대부분 헌혈하듯이 진행되기 때문에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물론 기증 전에 내 시간을 들여 입원해야 하고 촉진제를 맞아야 해서 고단한 건 사실이다. 엄청 쉽고 간편한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만 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타인을 살린다는 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하지만 여전히 백혈병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기증 결정 이후 기증 전날 거부의사를 보여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백혈병 환자가 기증받은 골수를 이식받으려면 본인의 골수가 몸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 본인의 막연한 두려움, 가족의 반대, 회사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일치 판정이 난 뒤에도 담당 코디네이터가 가족과 회사의 의사를 반복적으로 확인받았었다.
집에 와서 기증이 끝나고 난 뒤 내가 기증한 상대방과 그 가족이 써준 편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백혈병 판정을 받고 겪었던 온갖 고통, 조혈모세포 기증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공여자를 간절히 기다리던 시간들, 그리고 나에게 표현하는 감사의 말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나에게 받은 새 생명을 정말 값지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도움을 주는 인생을 살겠다고 적혀 있었다.
이 기적 같은 경험을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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