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1박 2일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

by 도군

'산드라'는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심한 우울증을 때문에 다니던 공장에 병가를 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상태가 호전되어 다시 복귀하고자 한다. 하지만 사장은 그녀의 복귀에 투표를 건다. 그녀의 복귀를 위해선 16명의 다른 직원들이 보너스(125만원 가량)를 포기해야 한다고. 그렇게 다른 직원들은 투표를 통해 그녀의 복귀와 자신의 보너스 중 선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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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시간> (영제 : Two Days, One Night)은 산드라가 이틀간 다른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복귀를 위해 투표해달라며 설득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산드라의 방문에 누군가는 연대의 눈물을, 누군가는 회피를, 누군가는 그녀에게 "사람들 불편하게 하고 다니니가 즐겁냐"며 화를 낸다. 이러한 반응에 산드라는 눈물과 웃음과 절망과 희망을 넘나든다.


산드라의 말처럼 그녀의 복귀로 인해 다른 직원들이 보너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그녀의 탓이 아니다. 그녀의 복귀가 사람들의 보너스에 영향을 준것은 사장의 결정이다. 사장의 이러한 결정은 그녀의 복귀로 인해 손해를 보기 때문이 아니라 추가 이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구조의 문제가 개인의 갈등을 야기시키고,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것은 자본가 뿐이다. 영화의 모든 인물들은 어렴풋이 이 상황의 부조리에 대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부딪히는 것은 개인들이다. "노동문제엔 흔히 '구조'에 대한 논의가 앞선다. 그러나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은 구조에 대한 언급 없이 구조에 놓인 노동자의 윤리를 조망한다." 누군가가 SNS에 남긴 이 단평이 이 영화의 핵심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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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배경음악'이 없다. 이 영화에서 음악은 인물들이 듣는 라디오와 휴대폰 속에만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극적'효과를 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완벽하게 '연습'된 마리옹 꼬띠아르의 '생활'연기, 그리고 영화 내내 그녀를 묵묵히 따라다니는 카메라를 통해 우리는 그녀의 여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그녀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끼게게 된다. (그녀는 영화 촬영 1~2달 전부터 '산드라'의 옷을 입고 촬영지의 동선을 거닐었다고 한다.) 영화의 초반엔 작은 일에도 눈물을 흘리며 약에 의지하고 심지어 자살시도를 하던 그녀는 영화의 말미, 어떤 결정을 내린 뒤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과 발걸음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다. 내'일'을 위한 시간이 '내일'을 위한 시간이 된 것이다. 그런 모습은 당연히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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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1박 2일동안 내'일'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러 움직였던 시간은 결국 '내일'을 위한 시간이 되었다. 이야기의 힘은 강하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매일 듣던 직장생활의 이야기에는 무덤덤하던 자녀가 미생을 보고 아버지가 생각나서 엉엉 울었다는 일화만 봐도 그렇다. 좋은 이야기는 사람을 움직이고 변화시킨다. 이 영화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가 내'일'이 아닌 '내일'을 위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타인을 위해서라기보단 결국엔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