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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Mar 28. 2020

비교는 나 스스로가 자처하는 불행이다

가깝지도 않은 이와 나를 비교하며 낙심하고 자괴감에 젖어 사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이 어딨을까.

늘 형체도 없는 가상의 세계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현실의 삶을 부정하고 저주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나의 부모가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수저를 내 손에 물려주었다고 하며 나와 나의 부모를 단순히 흙이나 금속 따위로 폄하하며 가둬버리는 것이 옳은 것일까.


눈을 감아도, 귀를 닫으려 해 봐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울리는 심장 박동 소리로 인해 다시금 나의 살아있음을, 나의 숨결을 느낀다.

나는 숨 쉬려 애쓰지 않아도 숨을 쉬고, 또 나는 심장을 뛰게 하려 애쓰지 않아도 심장은 매 순간 전력을 다해 온 몸에 피를 흘려보낸다.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나의 몸은 이토록 절박하게 매 분, 매 초를 살아내고 있고 나의 삶은 이토록 질기게, 질릴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그래, 나의 모든 기관이 내가 또 다른 오늘을 살아내게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전력을 쏟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다른 누군가가 얼마나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그리고 얼마나 좋은 집에 사는 것 따위의 고민은 내가 나에게 얼마나 더 큰 풍성함을 선물할 수 있나라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좀먹어 버린다.

그리고 나를 더 나락으로, 더 피폐하도록 벼랑으로 내몰아 버릴 뿐이다.

애초에 그렇게 초라하지도 않고, 되려 찬란한 삶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세상이 전해주는 거짓에 속아 나 스스로를 나락으로 내몰아 버렸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가 그랬던 것.


내가 지금 내쉬는 숨, 눈 앞에 보이는 나의 두 손, 그리고 나의 오감이 내가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있는지에 관해 증거하고 있다.

이게 가장,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내가 직접 느끼고 행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른 이가 하는 것을 내가 하지 못한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 없다.

그가 못하는 것을 내가 하고 있을 테니.

그것은 누군가가 우월해서, 아니면 더 특별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그저 각자에게 주어진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형체도 없고, 내게 생생하게 와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해 절망하고 슬퍼하지 말자.

남들과 비교하며 나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내 영혼을 죽이지 말자.


나는 나다.


내 몫으로 주어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현재 오롯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나의 육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매 순간마다 내가 살아있도록 전력을 다해 돕는.

그런 소중한 존재다, 나는.


그러니 오늘 하루 동안만이라도 형체도 없는 생각이라는 것에 홀려 나 자신을 버리지 말고, 나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지 말자. 그도 그의 몫이 있는 것이고 나도 나의 몫이 있을 뿐이니. 대신 오늘이 나 자신을 자랑스레 여기고 듬뿍 사랑해 주는 날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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