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래 이상을 좇는 사람인지라, 그렇게만 살다 보니 현실에서 동떨어진, 공중에만 붕 떠서 사는 것만 같았다.
지독한 현실을 오롯이 마주하기가 괴롭기도 했고 아무런 꿈 없이, 그저 땅만 바라보고 살다가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모조리 놓쳐버릴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땅을 바라보기를 거부하고 위에 닿을 수 없는, 아름다운 하늘만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어느새부터인가 그렇게 붕 떠 있기만 한 느낌이 이질적이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딱딱한 땅을 밟고 서서 안정적인 느낌을 원하며, 현실을 바라보기로 택했다.
땅을 안정적이게 딛고 서서 내 현실 속에서 눈 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안정적이게 나를 받쳐주는 땅의 느낌이 좋았고, 이성을 사용해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지성인이 된 것만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땅만 바라보며 걸으니, 내 인생에 아름다움은 없어졌고 가끔씩 큰 이유 없이 짓던 웃음도 사라져 버렸다.
인생은 적당한 현실감각과 감성이 어우러져 그려질 때 비로소 괜찮은 하모니를 내게 되는 것 같다.
너무 현실만 바라보며 달려도 안 되고, 감성만 따지며 달려도 안 되고.
적당히 내가 걸어갈 땅도 돌아볼 줄 알고, 적당히 위에 있는 아름다운 하늘을 올려다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적당한 단단함과 적당한 말랑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눈앞에 놓인 현실만 바라보기에는 내 영혼이 궁핍해짐을 느끼고, 내가 현실이라고 여기는 것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감성으로만 모든 걸 해결하기에는 발을 디딜 곳이 필요하다 느껴지고, 삶 속에서 내가 책임을 져야만 하는 부분이 많다.
나를 돌볼 줄도 알면서, 남을 위해 눈물 흘릴 줄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의 모든 순간을 허투루 여기지 않으면서,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저울이 완벽한 평형을 이루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잘 흔들리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형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감성과 현실 사이에서, 그 어떤 것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