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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Aug 06. 2020

적어도 나는 나를 포기하지 말자

나 자신을 보며 나도 질릴 때가 분명 있다.

“내가 왜 이러지?” 싶으면서도 그런 모습에 나를 떠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괜스레 원망스러운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자연스레 “내가 이렇게 생기고 싶어서 생겨먹었냐고!”라는 자기 방어적이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든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나의 성격에 영향을 끼쳤을 온갖 상황에 대해 부정적이게 생각하며 원망하기 시작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 변할 수 없다고.

변하려고 여러 번 노력해봤지만 변하지 않아서 나도 결국 포기한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제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그렇게 변화할 기회를 놓아버리며 자기 합리화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던 순간, 나는 포기라는 깊은 늪에 빠져버렸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해 주는 건 나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누구나 존재 자체로도 사랑받아야 마땅한 존재이다.


하지만 동시에 분명 부족한 부분은 내 안에 존재하고, 그것을 낫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늘 내 안에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변화를 위해 도전을 하며 그 과정을 통해 더 건강한 인간이 되어갈 권리도 내 안에 있다.


누군가와 나를 자꾸 비교하며 내 부족함만 바라보라는 것이 아니다.

땅굴을 깊숙이 파서 우울함으로 마음을 짙게 칠하라는 말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이 자각하고 있는 반복적으로 실수하는 부분이나,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에 관해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지난 몇 년간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인간인가 봐”라며 나를 해롭게 하는 나의 습관들을 그대로 방치하고는 했다.

주변 사람이 질려서 나를 떠나가게 만드는 내 안의 해로운 습관들을 자각하면서도 나는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걸 회피하고는 했다.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은 내가 나를 포기하는 데 있었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내가 변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란 걸 포기하고서 나는 내가 “이런 인간”이라고 변명하며 안주하기를 택했다.

제자리에 주저앉아 나의 나약함을 외면하는 게 변하기 위해 책임을 지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며 실패를 겪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포기하는 편이 일시적으로는 편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정한 것이라고,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 내심 탓하는 것도 쉬웠다.

나는 “이런 인간”이고 변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것은 나를 더 깊은 우울의 늪으로 끌고 들어갔다.


내게 약한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건 어렵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건 더 어렵다.


변화를 위해 한 발짝 내딛는다는 것은, 앞으로 변화를 위해 도전한 후 다가올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대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노력해도 완벽하게 없앨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위해 나아가는 동안 나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보듬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게 몇 달, 몇 년, 아니면 평생이 걸리든.


작은 걸음을 하나씩 내디뎌 앞으로 걸어간다면, 분명 1년 후,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의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편하다고 제자리에 주저앉아 모든 것을 포기한다면 나의 미래의 모습은 여전히 늪에 빠진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주저앉아 버린다면 나는 지독한 자기 연민이나 자기혐오에 갇혀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만 키우게 되지 않을까.

변하지 않는 나를 원망하는 대신, 나를 위해 변할 의무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세상을 향해 원망만 하면서 말이다.


누구에게나 부족함은 존재하고, 변할 기회도 존재한다.

그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선택권과 나를 포기하지 않을 권리는 오롯이 나에게 있을 뿐.

그리고 변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누구를 위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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