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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Aug 20. 2020

관점의 차이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

덤덤하게 옥상달빛이 이렇게 노래했다.


인생살이가 참 그렇더라. 

행복은 한순간인 것 같은데, 힘든 시간은 왜 이리도 길기만 한지.

왜 힘든 일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오는지.


어려운 일이 한 번에 하나씩이면 이해를 하겠는데, 가끔씩은 인생이 나에게 고통을 선물해주기로 작정한 것 같은 날이 있다.

누군가가 나의 머리를 꽉 잡고 내리눌러 물속으로 넣어버린 것 같은, 그토록 숨이 막히는 날이 있다. 


아무리 잠을 뒤척이고, 걱정에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어도 문제 앞에서 나의 무력함과 무능함을 느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가 있다.

상황에 대해 부정을 하고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벗어날까 고민하다 결국 그저 인내하고 견뎌야만 이 괴로운 시간이 지나가리라는 걸 자각하게 된다. 


내가 이 시간 속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으며, 오롯이 내가 견뎌내야만 지나가리라는 걸.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이 글귀를 볼 때는 한 현실을 외면하는, 무한 긍정주의자가 쓴 줄만 알아 내 마음에 그리 와 닿지는 않았다.

하루 견디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벅찬 인생을 살고 있는데, 즐기는 게 웬 말인가?

그저 적당한 고통 정도만 겪어봤기에 할 수 있는 소리겠지라며 비웃고 지나갔다.


하지만 매일매일 고통이 더 짙어지기만 하던 어느 날, 이 말이 문득 다시 한번 떠올랐다.

그래, 이 상황을 즐길 만큼의 정신력은 없어도 적어도 내 마음가짐을 조금 더 낫게 할 방법은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불쑥 찾아왔다.


그래서 조금은 오글거리지만, 매일마다 감사할 것을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짊어져야만 하는 짐에 시선을 두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적기 시작했다.


단순히 오늘 숨을 쉬고 있는 것. 오늘 끼니를 모두 챙겨 먹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오늘 잠들 곳이 있는 것.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을 떠올리려 애써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목록은 내가 가진 문제를 통해 내가 이 고통을 겪고 난 후 더 성장할 것을 감사하게 됐고, 막막하기만 하던 미래가 내게 조금이나마 밝아 보이기 시작했다.


사소한 것에 감사하기 시작하니, 예전 같았으면 별생각 없이 지나칠 일들이 감사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내게 해 준 따뜻한 한마디, 예상치 못하게 생긴 몇천 원 남짓한 돈.

좋은 날씨 같은 것 말이다.


나를 괴롭게만 하던 세상이 어느새 나를 향해 손을 내밀어주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더라.

그래, 여기서 죽으라는 법은 없다.

내가 하루를 더 살아내도록 이토록 나를 도와주는데, 나는 이렇게 주저앉아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마음에 평화의 빛이 조금이나마 비추기 시작했다.

여전히 문제로 인해 괴로운 것은 생생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어둡기만 했던 마음이 부정과 긍정을 오가며 기분이 조금씩 나아졌다.


상황은 이전과 다르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내 마음가짐이 하나 달라지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남들만큼 좋은 상황에 있지 않더라도, 남들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 할지라도 괜찮다.

나에게 나의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온전히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멋진 삶이다.

어차피 이 세상 떠나는 날 빈손으로 가게 되는데, 당장 내 욕심을 채우지 못하고 내 손에 더 가지지 못해서 소중한 오늘을 불행하게 살아버린다면 그것만큼 슬픈 일이 어딨을까.


눈 앞에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나는 견뎌낼 것이고 언젠가 고생하며 흐른 땀을 닦아내며 웃는 날이 올 것이다.

비록 내가 훗날에 부자가 되거나 화려한 삶을 살지 못한다 할지라도, 언제나 오늘 하루를 무사히 지냈음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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