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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Dec 12. 2020

걱정은 1절까지만

걱정은 1절에서 끝나는 법이 없다.

특히 불을 끄고 누운 밤에는 더 그렇다.


처음에는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이번 달 생활비가 이만큼 남았는데 어쩌지?

내일 시험을 망치면 어떡하지?

이런 작은 걱정에서 출발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렇게 의식의 흐름을 놓으면 어느새 아득한 미래의 걱정까지 모두 끌어다가 가슴에 담고 끙끙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면 걱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당장이라도 내가 돈이 없어서 길거리에 나앉게 되면 어떡하나, 학교에서 쫓겨나면 어쩌나, 라는 극단적인 곳까지 도달해있다.


미래를 향한 걱정은 너무나도 생생해서 가슴을 짓누른다.

심장이 쿵쾅 거리며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일어나지 않은, 그리고 높은 확률로 일어나지 않을 걱정거리를 모조리 다 품에 쓸어 담고는 잠에 들지 못한다.


내가 하고 있는 걱정은 분명 생생하나, 현실이 아니다.


여태 걱정했던 것들을 돌아봤을 때, 그것들이 모두 현실이 됐던 경우가 얼마나 있었나?

아마도 굉장히 적을 것이다.


걱정했던 일을 걱정을 많이 함으로써 예방해 낸 적이 있었나?

아마도 걱정만 하고 있기보다는 그것을 동력 삼아 행동으로 옮겼을 때 더 큰 효과를 보았을 것이다.


그래 그러니 오늘도 걱정은 1절에서 끝내버리자.

노래방에서 노래의 1절만 산뜻하게 부르고 넘어가듯, 가볍게 걱정하자.

걱정을 아예 안 하고 사는 건 또 불가능하니까.


과장해서 부풀리지도 말고, 꼬리를 더 달지도 말고.

핵심만 집어서 그저 있는 그대로만 걱정하자.

또 내가 행동을 바꿔 대처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만.


걱정거리를 억지로 비워내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거창하게 무언갈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당장 생각을 멈추자.

걱정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려 하면, 눈 앞에 보이는 천장이라든지 아니면 오늘 들었던 좋은 노래라든지 생각하면서 시선을 돌려보자.

내가 걱정을 더 많이, 깊게 한다고 해서 나아질 미래는 없으니까.


어쩌면 걱정은 안 좋은 미래를 예방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든 해볼 수 있다는 희망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본 대다수가 알다시피, 분명 예방할 수 있는 안 좋은 미래도 존재하지만 예방하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내 인생의 일부로 맞아들여야만 하는 안 좋은 미래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걱정으로 나를 들들 볶기보다는 지금이라도 편하게 있다가 인생이 싸대기를 한번 날리듯이 내게 뿌리는 불행을 현실로 맞아들이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애초에 피할 수 없기에 즐기면 더 좋고.


그러니 오늘은 그만.

그만 걱정하고 잠이라도 잘 자자.

내일 삶이 내게 무엇을 투척하든지 간에 조금 더 맑은 정신으로 대할 수 있도록.

내일 나의 걱정과는 달리 어떤 사소한 행복과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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