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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Dec 10. 2020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거리를 둘 때

한 그룹 안에서 나와만 티 나게 거리 두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내 착각이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워낙 티를 내서 모를 수가 없게 됐다.

20대 후반, 3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 정도는 의연하게 대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 사람이 전형적인 조용한 아싸 스타일인 나와는 정반대로 유쾌한 인싸 스타일이라서 나는 그가 좋았다.

그와 친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어떤 기준 때문에 나와 맞지 않다고 느꼈는지, 나와 어느 시점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마음이 조금 콕콕 쑤셨다.


이 나이에 이런 일 가지고 뭐하러 감정 낭비하냐고 나 자신을 다그쳐 봤지만, 속이 은근히 쓰려오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마치 마음속 어디 한구석에 머물러 있던 어린아이 시절의 내가 불쑥 튀어나온 느낌이 든다.


나는 그를 좋아하고 친해지고 싶었지만, 그는 나와는 거리를 두고 싶어 하니.

짝사랑도 아니고.


사람 마음 내가 어찌할 수 없단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감정과 이성은 꽤나 다른 존재이기에 내 감정은 이성을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서 꽤 섭섭하다.


그와 친해지고 싶어서 했던 내 노력이 고스란히 부정당한 것 같아서.

애초에 그가 원하지도 않는 관심과 애정을 내 멋대로 쏟고서는 이러는 게 웃기지만.


생각이 조금 부정적이게 흘러간다.

마치 내 전체가 세상에게 거절당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며 하루가 우울해진다.

그렇게 심긴 작은 씨앗은 자라고 자라 마치 내가 모든 이로부터 거절당한 것처럼 느낀다.


확대해석이다.


아직 친해지지도 않은 한 사람에게 조금 거리를 느꼈을 뿐인데, 나는 모두에게 거절당한 것처럼 굴고 있다.

나를 열렬히 사모하지는 않더라도 나를 괜찮다 여기는 사람은 꽤나 있을 텐데.

뭐 설령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없다 할지라도 내가 나 자신을 꽤 괜찮게 여기면 그만인데.


그리고 나도 그런 적이 있지 않은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 느껴서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둔 적이 있고, 꽤 괜찮은 사람이어도 조금 천천히 가까워지고 싶어서 거리를 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또 상대방을 좋아하지만 관계를 빨리 진행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기에 적당히 속도를 조절한 적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시간을 쏟든지, 나는 결코 상대방이 왜 나와 거리를 두는지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직접 물어본다 한들, 상대방이 그거에 솔직하게 답해줄 리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괜찮은 인간이라고 날 위로하는 것.

그것뿐이다.


왜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왜 나는 거절당했을까에만 사로잡혀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건 그만하자.

나도 내 마음 어쩌지 못하는데, 내가 어떻게 남의 마음을 바꿀까.


그의 진의, 그의 생각을 해석하려는 걸 멈추자.

나는 결코 그것을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내가 정확하게 분석해내도,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에게는 나를 좋아할 의무가 없고, 나를 싫어할 권리가 있다.

그게 당연하다.


내가 좋아하는 이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형편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그냥 그 사람에게는 내 매력이 충분히 보이지 않았을 뿐.


그러니까 슬퍼하는 걸 멈추고 그만 일어나자.

그와 인연이 닿을 것이라면, 나중에라도 결국 가까워질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이어 붙이려 해도 결국 떨어지고 말 것이다.

내가 나를 버려가면서까지 그에게 애정을 갈구할 필요는 없다.

그를 위해 평생 나를 부정하는, 그런 불행한 인생을 살 수는 없지 않나.


그의 애정을 얻어 느끼는 기쁨은 모든 걸 잊게 해 줄 것 같으나, 결국 그것도 일정치 못하기에 나는 더더욱 목마르게 될 것이다.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하는 연극에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나는 나와 평생 함께 걸어줄 나를 되찾고 싶어 할 테니.

툭툭 털어내고 나면 나중에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사람 때문에 그만 슬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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