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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Feb 25. 2021

유연함을 가질 줄 알기를

모 아니면 도. 흑백논리.

20대 초중반의 나를 돌아보면 이분법적인 시선을 가졌었다.


이 사람은 착해, 이 사람은 나빠.

그 행동은 절대 선, 그 행동은 절대 악.


옳고 그름을 스스로 정의 내리며 마치 내가 판사가 된듯냥 굴었다.

그리고 그것을 굳게 믿으며 반대편에 선 사람이나 회색분자들을 마음속으로 경멸했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내심 내가 선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된듯한 쾌감을 즐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상을 살면서 내 마음은 조금씩 회색으로 물들어 갔다.

내가 거침없이 폄하하던 악의 이면에는 선도 존재했고 오히려 그런 이를 매도하던 내 모습에서 악이 묻어 나왔다는 것을 몇 번 깨닫고 나니, 자연스레 입을 다물게 됐고 그토록 혐오하던 회색분자들의 입장을 되돌아보게 됐다.


나쁘게 말하면 회색분자지만 좋게 말하면 유연성을 가진 그들을 유심히 살피고 나니, 그들에게도 나름의 선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드러내 놓고 반대편 이들과 부딪히지 않아도 그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는 것도.

그들은 그 그들이 선 반대편에 존재하는 이들을 매도하지 않고 안고 가는 법을 배웠을 뿐.

다른 말로 하면 모두와 더불어 살고 공존하는 법을 배운 현명한 이들이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모든 이의 의견이 중요시되고 표현의 자유가 넘치는 이 세상에서, 흑백논리를 가지는 것은 더 위험한 듯하다.

잘못하면 내 의견이 무조건 맞다는 생각에 갇혀 다른 의견을 묵살해 버리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표현의 자유만 찾으며 상대방의 표현의 자유는 무시해 버릴 수도 있다.

특히 일일이 상대의 반응을 살피지 못하고 피드백을 받기 어려워진 비대면 사회에서 더더욱 이런 자세는 위험하다.


나이가 들수록 내 삶의 경험에 기반한 의견이 쌓이면서 다른 의미로 조금씩 딱딱하게 굳어져 가는 나의 모습을 본다.

내 삶에서 얻은 정답이 맞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유연하지 못해 실수를 저질렀던 서툰 나의 20대 초중반을 돌아보며 마음을 다시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내 권리, 내 의견만 내세우고 다른 이들의 것을 침범하고 짓밟기보다 타인으로부터 온 의견을 받아들이며 유연하게 내 것을 바꿀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이라 할지라도 그의 시선을 악하고 미련하다 여기지 않고 그만의 이유가 있겠거니 그를 존중하며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어떤 의견을 대할 때 흑백으로만 나누지 않고 보다 조금 더 옅은 회색과 보다 조금 더 짙은 회색인 것을 기억하기를.

또 더 옅거나 짙다고 해서 결코 더 선한 것이나 악한 것이 아님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와는 다른 의견을 낸 이를 반대편에 선이라 생각지 않고 그저 조금 다른 곳을 바라볼 줄 아는 시선을 가진 이라고 생각하는 유연함을 갖기를.

그리하여 다른 이를 조금은 품을 줄 알고 그로부터 배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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