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인생에서 실패했을 때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가 지독하게도 기억은 생생하고 그와 연관된 감정은 더더욱 그렇다.
모멸감, 수치심, 그리고 절망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앞이 캄캄했던 나날들.
그렇게 후회로 점철된 기억을 곱씹다 보면 수많은 물음표가 따른다.
왜 나는 그때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나는 그때 조금 더 참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때 조금 더 일찍 떠나지 못했을까?
상황이 조금만 더 빗겨나갔더라면 이런 처참한 실패 따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깊이 파고들다 보면 결국 왜 이런 실패를 하게 된 것일까라는 의문까지 다다른다.
이런 답이 없는 질문을 하고 나면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나는 결코 그 질문에 완벽한 답은 찾을 수 없기에.
분명 실패를 통해 뒷걸음질 치게 된 부분도 있지만 또 배운 부분도 많다.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여러 실패를 통해 내가 무언갈 잃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 중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왜’가 담긴 질문 뒤에 붙었던 물음표를 옮겨 내 실패는 아직 미완이라 생각하며 내 실패 뒤에 붙여보기로 했다.
실패 뒤에 마침표를 찍기 이번에 물음표를 붙여보기로.
아직 조금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실패는 실패 이야기로, 그렇게 단편적으로 완결이 나며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장편 소설인 내 인생 이야기 줄거리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나는 아직 인생길을 걸어가는 과정 중이고, 내 이야기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점처럼 찍힌 크고 작은 실패들도 분명 앞으로 일어날 어떤 일들과 연관 지으면 결국 성공 이야기로 반전이 될 수도 있다.
실패했던 당시에는 정말 괴로웠다.
그리고 또 그것에서 해어 나오는 데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어떤 실패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중이기도 하고.
하지만 괴로움 가운데서도 아직 이 이야기의 끝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면 어떨까.
이 이야기는 실패로 끝났다고 마침표를 섣불리 찍지 말고 이야기가 완결 날 때까지 계속 이어지도록 잠시 물음표로 가능성을 열어두면 어떨까.
실패의 찰나보다 훨씬 긴 내 인생도 미완인 상태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