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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Jun 02. 2021

너무 무겁지도 않게, 너무 가볍지도 않게

간절함이 더해질수록, 절박해질수록 무거워지고 버거워진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이 세상에 미련이 참 많아진다.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던 20대 초반에는 죽음조차 두렵지 않았는데, 지금은 두려울 게 참 많다.


내가 가진 것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하며 앞으로 발을 한 발짝 떼는 것조차 어렵다.

무엇이든 가벼이 해내던 어렸을 적과는 달리, 뒷걸음질 한 번이면 그걸 만회하는데 더 긴 시간을 쏟아야 한다.

가볍게 몇 걸음 내딛고 아닌 걸 깨달아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앞으로 몇 발짝 내딛던 전과는 달리.


간절하고 절박한 만큼 그것이 날 무겁게 짓누른다.

그것에 사랑을 더할수록, 그것이 사라져 버릴까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리고 그렇게 짓눌린 무게에 나는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사람이 간절해 그를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 그를 지쳐 떠나게 만드는 건 내 무거운 마음이더라.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가 나를 떠나가는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내가 너무 그것을 사랑해서 난 간절해지고 그 간절함이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삶을 살아내고 싶다.


너무 많이 사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사랑이 없이 살지도 않고 딱 적당하게.

내가 그것을 잃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사랑하고 또 삶을 윤택하게 할 정도의 사랑이 느껴질 만큼만 마음을 쏟고 싶다.


행복하고 즐겁게.

하지만 너무 가볍지는 않게.


완벽한 균형이라는 건 결코 찾을 수 없겠지만, 내가 무언갈 잃어도 우울이나 자기혐오에 침전되지 않고 그저 툭툭 털어낼 줄 아는 정도의 사랑만 하고 싶다.

그 정도로만 삶을 사랑하고, 삶 속에 녹아 있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


요즘 세상을 더 알아가며 사랑하는 것들이 참 많아졌다.

그리고 그만큼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조금 비워내고 가볍게 다시 몇 걸음 내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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