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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Nov 07. 2021

당신의 마음에 비친 나는

당신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표정을 숨기려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찌푸립니다.

주름 사이로 전해지는 불쾌감에 나도 덩달아 표정이 굳어집니다.

당신의 감정이 고스란히 나에게 흘러들어오고, 그 안에 담겨 나에게 전해진 당신의 부정에 나는 움츠러듭니다.

마치 당신의 정의를 따라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당신의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고 되뇌면서도 당신의 말이 내 마음을 쉬이 떠나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부정하면서도 나는 그 말을 파고들고 은근히 그것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함 가운데서 갈팡질팡 하면서도 당신을 향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어떠한 내가 비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석하게도 당신의 마음에 비친 것은 내가 아닙니다.

당신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는 당신의 마음에 비친 나일 뿐이지 그것이 나는 아닙니다.

먼지가 뿌옇게 낀 거울에 내가 흐릿하게 비친다고 해서 흐릿한 형태가 나일까요?

난 자신 있게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나의 일부가 당신에게 비쳤을 수도 있겠죠.

마치 볼록거울에 비추인 것처럼 어느 한 부분이 유독 도드라지게, 기형적인 모양으로 비쳤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모습도 내가 아니랍니다.

당신의 마음에 내가 어떻게 비쳤든지, 나는 이렇게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걸요.


먼저 닦아야 하는 건 당신의 마음속 거울인 것 같아요.

내 모습이 아니라요.

두껍게 쌓인 먼지라도 걷어내고 나면 나를 한결 제대로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어쩌면 당신 자신도 함께 말이죠.


나는 나대로 다른 이들을 내 마음속에 비춰볼게요.

당신이 비춘 모양을 보고 당신과 같은 마음이 아니라 해서 너무 실망하지는 말아요.

거울의 상태나 모양에 따라 비추는 모양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나는 내 마음을 더 공평하고 평평하게, 그리고 깨끗하고 진실되게 닦도록 할게요.

나도, 상대도 최대한 진실된 모습으로 볼 수 있도록.


물론 내 거울에도 내 주관이 담겨 완전히 객관적이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그래도 노력해보려고요.

객관적인 관점에 사랑이라는 필터를 한 겹 더 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금상첨화겠지요.


그러니 당신에게 비친 내 모습은 당신의 마음속에 담긴 내 모습일 뿐입니다.

당신의 해석이 담긴, 당신이 본 나일 뿐이지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비추인 모습에 흔들릴 이유도, 그런 사람이 꼭 돼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요.

내 마음속에 담긴 당신이 거울 속에 담긴 형상일 뿐이듯, 나도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거울이 깨지면 그 결을 따라 깨져버리는 허상과 같은 그런 모습.


그러니 나는 나대로 살아가렵니다.

내 마음을 갈고닦으며, 사랑을 그곳에 한 꺼풀 칠해보려 애를 쓰며.

당신이 뭐라 한들, 나는 힘차게 웃으며 행복 가득한 삶을 살아보렵니다.

후련하고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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