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버릇처럼 혼잣말을 하고는 한다.
이 습관이 언제부터 시작된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던 잔재인가도 싶다.
언젠가부터 의식하며 귀 기울여 본 나의 혼잣말에는 참으로도 부정적인 말들이 가득하더라.
그것도 나를 향한 말들이 대다수였다.
‘이것도 못하네, 등신’이라던가, ‘바보다 바보’라던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나를 향해 무심코 나는 그렇게 나를 비하하고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더라.
또 이 습관은 은근히 내 언어에도 스며들어 다른 이들과 함께할 때도 부정적인 언어를 많이 뱉고는 하더라.
그리고 부정적인 대화법으로 가장 먼저 피해 입는 건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들을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사람은 바로 나고, 별로 예쁘지 않고 유쾌하지 않은 단어들이, 문장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깊게 뿌리내리게 되는 건 내 마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깊게 자리 잡은 부정적인 것들은 또다시 내 생각 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열매로 맺는다.
언젠가 대책 없는 긍정이나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가식적이게 내뱉기만 하는 긍정의 언어에 대한 회의를 느낀 적이 있었다.
내 생각도, 내 행동도 내가 내뱉은 말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무작정 긍정의 말만 내뱉으려고 몸부림치려는 나를 보며 무책임하고 가식적이라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긍정을 말하려 애쓸 때는 그렇게 살기 위해 애쓰고는 했던 거 같다.
부정적인 언어습관이 자리 잡힌 지금은 부정적인 걸 말하고 또 그걸 생각하고, 더 깊게 자리 잡힌 부정적인 언어를 다시 내뱉고.
점점 더 깊은 부정의 수렁으로 빠지는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비판적이고 시니컬 하지만, 사실상 나는 주변 사람들의 기를 뺏는 기 뱀파이어일 뿐이다.
나조차도 내게 귀 기울이다 보면 가슴이 콱 막힌 것처럼 답답해지는데, 타인들은 오죽할까.
차라리 대책 없는 긍정이라 할지라도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현실을 직시할 필요는 있지만 현실주의자라는 허울 좋은 말로 핑계 대며 부정적인 언어로 다른 사람의 힘을 빼지는 않아야겠지.
부정적인 언어습관을 달고 살다 보니 소극적이고 편협해진 것도 느낀다.
뭘 해도 안 될 것부터 걱정하고, 어두운 면에만 치우치다 보니 정작 나를 기다리는 행운을 만날 기회를 놓친다.
실패할까 지레짐작하고 겁이 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어도, 예쁜 구석이 없어도 이 팍팍한 세상에서 나만큼은 나를 향해 예쁜 말을 던져줘도 괜찮지 않을까?
대책 없는 긍정이라 할지라도,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할지라도 나를 예쁜 언어로 가꾸다 보면 그게 내 생각에 자리 잡고 뿌리를 내려 또 예쁜 열매를 주변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나쁜 말로 가장 먼저 피해 입는 건 나이듯이, 예쁜 말로 가장 먼저 득을 보는 건 나일 테니까.
그러니 내면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예쁜 언어습관을 가꾸자.
남들을 신경 쓰기 이전에 가장 먼저 나한테 예쁜 말을 들려주자.
내가 단번에 마음이 예쁜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말을 하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런 열매만 가득한 나를 보게 되겠지.
차근차근 혼잣말부터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