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삶이 충만하지 않기에, 내 인생이라는 잔이 나로 넘쳐흐르지 않기에 자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물질적이라기 보단 내 마음이 그렇다.
그래서 남의 인생에 자꾸 기웃거리며 그로부터 관심을 갈구하고 그의 것으로 빈 잔을 채우려 한다.
그 관심이 삐뚤어지면 그를 향한 푸념으로 바뀐다.
관심이, 에너지가 자꾸 밖으로 돈다.
나에게 모두 쏟아부어 나 스스로가 느끼는 충만함으로부터 오는 선한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게 좋은데.
어찌 나를 충만하게 하려, 채우려 할수록 나는 비워지고 더 목마를까.
지금 방법이 삐뚤어졌기 때문이겠지.
내 빈 잔은 나로부터 흐르는 것으로만 채워야 하는 법인데.
왜 나는 자꾸 남에게 채워달라 구걸을 하며 스스로를 짓밟고 있나.
왜 타인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그걸 충족시켜주지 못한 상대를 탓할까.
내 삶을 채우기 위해 바삐 애를 쓰다 보면 관심을 구걸할 시간도 없을 텐데.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만 급급하고 목을 매며 나는 정작 나를 잃어간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난 채우려 노력하면 할수록 더 비워지고 가벼워져 간다.
내 삶도 함께 줏대 없이 가벼워진다.
적어도 여태 살아온 시간이 가벼이 흩날리는 먼지처럼 사라지게 하지 않으려면 다시 중심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워야지.
나로, 가득히.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라.
남 이야기보다는 내 이야기로.
남이 어떻게 생각하냐 보다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냐로.
남이 무엇을 좋아하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냐로.
남으로부터 받는 인정이 아니라 나로부터 받는 인정으로.
충만하고 또 충만해 넘쳐흐르도록.
마침내 흐르고 흘러 그 충만함이 다른 누군가에게까지 닿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