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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Mar 28. 2022

용납과 변화의 사이에서

날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변화를 쉽게 쉽게 포기하는 용납.

그리고 날 채찍질하며 깎으며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 나가는 변화.


그 사이 어디엔가 나는 지금 서있다.


언젠간 날 무한정 용납하는 게 진리라고 생각했었다.

나의 특별한 모양을 지키기 위해서, 나를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서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무분별한 용납은 나의 모양을 지키다 못해 나의 모서리를 뾰족하게 자라게 만들어 타인을 찌르는 모양으로 만들었다.

나의 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또 타인에게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참 미련한 짓이라며 나는 쉽게 관계를 끊어내고는 했었다.


그렇게 삐뚤고 과도한 자기애로 인해 사람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고 외로움을 느낄 때쯤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향한 채찍질을 시작했었다.

변화가 답이라며.

변화를 갈구할수록 나를 향한 미움이 커졌었다.

반복적 실패와 깊은 자기혐오에 도달하고 나서야 나는 이것도 아니다 싶었다.


지금은 그 중간 어디쯤 서있는 것 같다.

평평한 평행선을 맞추고  시소처럼 나는 적당한 변화와 적당한 용납 사이 어디쯤엔가 서있다.

적당하게 나를 용납하면서도 적당하게 변화를 원하는 상태.


어디에 더 무게를 둬야 할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일단 이 평행선을 유지하기로.


이 선택의 기로에서, 아니 어쩌면 이 건강한 균형 속에서 나는 나를 굳이 다그치지는 않기로 했다.

정답이 당장 내 손에 없더라도, 진리라고 확신하는 마음이 없다 하더라도 나는 괜찮다고 되뇌며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굳이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보단 지금 내 모습이 건강한 것에 만족하기로.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튼튼하고 흔들리지 않을 답을 찾아내겠지.


아니, 죽는 날까지 이 답을 잘 모르면 어때.

내가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낸 것에 대해 만족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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