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지나온 수년간의 시간이 무색하게도 이 관계가 참 미적지근하다.
더 이상 서로가 소중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내치기에는 아까운 이 관계가 참 서글프다.
한때는 네가 둘도 없는 절친이라고, 평생 갈 인연이라고 아무 의심 없이 자신했었는데.
어느새 이 관계가 무엇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 모를 만큼 불편하다.
사소한 서운함이 우리의 쌓아온 추억을 덮는다.
우리가 서로 너무 달라진 탓일까, 아니, 내가 너무 멀리 떠나온 탓일까.
끌어안으면 안을수록 서로에게 불편함이 되고 상처를 안기는데 왜 나는 놓을 수 없을까.
이제는 단순히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용서하기엔 난 그만큼 순수하지 않은 것 같은데, 또 이 관계를 놓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 걸 내색하지 않고 맞추기만 하기에 내 자존심은 팔팔하게 살아있기만 해서 껄끄럽다.
습관처럼 미소를 짓고, 공감의 말을 던지고, 네 편을 드는 내 모습에 지친다.
속마음은 꼬일 대로 꼬여 독을 내뿜고 있어서 더더욱 네 곁의 내 모습에 환멸이 난다.
네 곁에 선 내 모습에 지친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길을 잃고 어디서부터 다른 곳을 보고 있던 걸까.
아니면 애초에 이런 관계였는데 내가 여태 눈을 감고 살아온 걸까.
내 모습을 오롯이 이해한다고 했었던 너는, 네 모습을 다 이해한다고 느꼈던 나는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이제는 적당한 거리감에 안도하고, 더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숨으려 하고, 그리고 너와 함께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서로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필사적으로 모른 척하며 우리는 또 어색하게 웃는다.
여전히 서로가 소중하다고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