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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Apr 25. 2022

오래됐지만 떠나가버린 관계에 관해

함께 지나온 수년간의 시간이 무색하게도 이 관계가 참 미적지근하다.

더 이상 서로가 소중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내치기에는 아까운 이 관계가 참 서글프다.


한때는 네가 둘도 없는 절친이라고, 평생 갈 인연이라고 아무 의심 없이 자신했었는데.

어느새 이 관계가 무엇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 모를 만큼 불편하다.


사소한 서운함이 우리의 쌓아온 추억을 덮는다.

우리가 서로 너무 달라진 탓일까, 아니, 내가 너무 멀리 떠나온 탓일까.

끌어안으면 안을수록 서로에게 불편함이 되고 상처를 안기는데 왜 나는 놓을 수 없을까.


이제는 단순히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용서하기엔 난 그만큼 순수하지 않은 것 같은데, 또 이 관계를 놓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 걸 내색하지 않고 맞추기만 하기에 내 자존심은 팔팔하게 살아있기만 해서 껄끄럽다.


습관처럼 미소를 짓고, 공감의 말을 던지고, 네 편을 드는 내 모습에 지친다.

속마음은 꼬일 대로 꼬여 독을 내뿜고 있어서 더더욱 네 곁의 내 모습에 환멸이 난다.

네 곁에 선 내 모습에 지친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길을 잃고 어디서부터 다른 곳을 보고 있던 걸까.

아니면 애초에 이런 관계였는데 내가 여태 눈을 감고 살아온 걸까.


내 모습을 오롯이 이해한다고 했었던 너는, 네 모습을 다 이해한다고 느꼈던 나는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이제는 적당한 거리감에 안도하고, 더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숨으려 하고, 그리고 너와 함께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서로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필사적으로 모른 척하며 우리는  어색하게 웃는다.

여전히 서로가 소중하다고 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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