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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Apr 27. 2022

다 그런 거지

인생이 참 괴롭고 외롭기만 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찰나의 행복감으로 충만하다가도, 감사함으로 미소 짓다가도 틈새를 파고드는 그림자처럼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 서럽고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아 억울하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은 내가 갈망하는 걸 모두 가진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다.


누군가 희망고문을 하듯이 내 발버둥에 조금 나아졌던 상황에 한숨을 내쉬니 전보다 나쁘게 다시 곤두박질친다.

반복되는 불행에 지쳐 쓰러질 것만 같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정말 다 놓아버리고 싶다.


그 순간 누군가 속삭이듯 한 생각이 든다.

원래 다 그런 거지.

어떤 꼰대가 할 법해서 평소에 들으면 얼굴 찌푸려질 이 말이 담담한 위로가 된다.


난 재빨리 수긍한다.


그래, 인생이 원래 힘들고 외로운 건데.

이상하게도 이 딱딱하고 버거운 말이 내 맘속에 드리운 먹구름을 걷히게 만든다.

우울이 내 맘속에 발을 들이밀려다가 바로 멀어진다.


내 인생에 존재하는 그림자를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래, 그림자란 어두움이 아니라 빛이 있기에 그곳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일 뿐인데.

내 인생에도 행복이 있기에 적당한 그림자가 드리웠나 보다.


분명히 언젠가는 나를 따스한 위로의 말로 보듬어야 하는 날도 있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내가 가벼운 채찍질 한 번을 수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은 한없이 무너져 내려 우울에 잠식되기보다는 툭툭 털고 일어나 강해지는 날인가 보다.


내 불행은 너무 크고 특별하지 않다.

내 인생에 응당 따라오는 이 무게는 그다지 과하지 않다.

다 그렇다.

모두가 다 이렇게 버티며 산다.


되뇌는 마음이 스스로 나아진다.

스스로를 덤덤하게 토닥이며 오늘 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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