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디 뻔한 말이고, 숱하게 들어왔던 말이지만 최근 들어서야 가슴 깊이 깨달아진 사실이 하나 있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것.
당장 좋아 보이는 일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불행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당장 불행이라고 믿었던 일이 시간이 흐르고 보면 행운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인생에서 일희일비하는 태도보다는 모든 걸 겸허한 태도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
또한 타인의 넘어짐이나 성취를 비웃지 않는 게 좋다는 것.
환희의 순간이 지난 후, 필히 따라오는 단점과 어려운 점이 있고 고통의 순간이 지난 후, 필히 따라오는 장점과 기쁨이 있더라.
또한, 내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강한 장점일 때도 있고 내 장점이라고 믿었던 점이 날 자빠뜨리는 단점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좋기만 한 장점도, 절대적으로 나쁘기만 한 단점도 없더라.
예를 들자면, 세심한 성격 덕분에 주변에 폐를 덜 끼치고 배려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지만, 동시에 그와 필히 수반되는 예민함이 나를 피로하게 만들 때도 많다.
그래서 내 장점을 알아주되, 지나치게 우쭐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내 단점도 알고서 조심하되, 자신을 지나치게 폄하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려 애를 쓴다.
30대를 지나는 사람들이 비교적 20대 때보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가는 이유가 이 사실을 깨닫는 것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기쁜 일에도, 슬픈 일에도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으려나.
기쁜 일에 아무 생각 없이 춤출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쁜 일 뒤에 따를 책임을 생각한다.
슬픈 일에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이 또한 언젠가 지나가리라는 걸 경험했기에 조금 더 안정감 있게 불행을 대할 수 있는 듯하다.
절대로 끝나지 않을 듯한 어둠 같던 불행을 지나 본 경험이 있기에, 더 짙은 어둠이 다가와도 죽도록 힘들기는 하겠지만 계속해서 버티며 살아 숨 쉬다 보면 언젠가는 그 끝을 만나게 되리라는, 경험을 통한 믿음이 있기에.
살다 보면 더한 어둠을 마주하겠지만, 어떤 모습이라도 삶이라는 벼랑 끝에 매달려 버티기만 한다면 결국 그 끝을 만나게 될 거라는 체념이자 희망이 있기에.
어른의 초연함이란 이런 깨달음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세상의 전부이자 가장 반짝이는 사람이라 여겼던 내가 결국 사소한 인간이면서, 때로는 부족하고 때로는 뛰어난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 것.
고난이 디폴트지만, 그 위에 봄비처럼 뿌려지는 행복을 먹으며 견뎌내는 게 인생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가는 것.
불행만 있는 인생도 없고, 행복만 인생도 없다는 사실을 체득해 나가는 것.
부족한 경험에서 조심스레 말하자면, 각 인생에는 불행 총량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각자 담당한 불행을 인생 속에서 조금씩 나눠서 받던지, 아니면 초년이나 말년에 몰아 받던지 하는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행이면, 그 마음속에 불행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타인의 불행을 지나치게 축약할 필요도 없고, 나의 불행을 지나치게 확대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타인의 빛나보이는 삶과 비교하며 지금의 불행을 너무나도 크게 만들지 말고, 그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모양으로 지금의 어둠을 잘 견디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몸을 작게 말아서 웅크린 모양이든지, 땅에 바짝 엎드린 모양이든지, 아니면 몸을 꼿꼿이 세운 모양이든지.
남들보다 낮아진 자세에 억울하고 비참할 수도 있겠으나, 그저 그런 시기를 만났을 뿐이라도 잠시 스스로를 다독여주자.
저마다 견딜 수 있는 힘만 써서 견뎌내면, 언젠가 마음 편히 몸을 펼 수 있는 날이 올 거다.
타인의 삶에만 보여서 절대 내 것이 되리라 믿지 못했던 행운과 기쁨이 삶에 덕지덕지 묻어 있어서, 꿈만 같은 나날이 언젠가 당신의 것이 되고 말 테니까.
그러니 당신의 불행에, 당신의 단점에 절망을 느끼며 그곳에 매몰되어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만 말하고 싶다.
언젠가, 당신의 단점과 불행이 당신을 절망에서 꺼내줄 장점과 행운이 되는 날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