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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Nov 20. 2019

내가 SNS를 끊은 이유

Social Network Services, 줄여서 SNS라고 칭한다.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하는 만큼, 우리를 세상에 연결시켜 주는 매체가 되어주는 좋은 존재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좋은 SNS로 인해 내 생각이 복잡해진 적이 있다.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콕 집을 수는 없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내 여가 시간 대부분이 SNS에 투자되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도, 버스를 타도, 무언가 기다리는 대기 시간에도 나는 1분이 됐든, 1시간이 됐든 휴대전화를 붙들고 SNS를 보고 있었다.


SNS을 통해 얻는 것도 많았다.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 요새 핫한 맛집, 그리고 연예인의 소소한 사생활이 담긴 소식들.

하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문득 내 대화의 요점이 모두 SNS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곳에 가벼운 정보만 있는 게 아니지만, 몇몇은 사실 검증이 되지 않은 정보들이나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가십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도 마찬가지로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남의 이목을 신경 쓰는 이들의 게시물을 보며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가까이 지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를 나누는 개인 공간으로만 사용해야지, 했던 게 어느새 변질되어 남에게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잘 드러낼까?라는 고민이 짙게 배인 곳이 되어있었다. 아마 나의 주변 사람들도 느꼈을 것이다.


단편적인 행복의 기록이 남겨진 남들의 SNS를 동경하며, 나는 그들과 같지 못한 내 현실을 비관적이게 바라보게 됐다.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는 삶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단편적인 사진 한 장 뒤에는 수많은 고뇌와, 그림자가 있을 거라는 것은 그때 당시 보기 힘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기엔 그 사람들의 사진들이 모두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매 순간 시끄러울 정도로 업데이트가 되는 그들의 스토리를 통해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방에 박혀 이런 현실을 견디고 있는데, 그들의 스토리는 모두 행복이 가득해 보였고, 주변에 사람이 많아 보여서 질투가 생겼다.


물론 그것을 보며 그런 생각을 안 하면 되는 것이고,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아내면 됐지만 나는 생각보다 귀가 얇아 잘 흔들리는 사람인가 보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있는데, 수시로 24시간 동안 모두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었고, 그로 인한 질투심이나 부정적인 생각들은 잘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의 시선에 더 집착하게 됐다.


내가 더 행복해 보여야지, 내가 더 센스 있는 글을 써야지, 내가 사진을 더 잘 찍어야지.


지금 나열해보니 사람에게 보이려고만 발버둥 치는, 정말 바보 같은 고민이 아닐 수가 없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하트 하나에 일희일비했는지.

SNS에 집중하다 보니, 미친 듯이 외롭지만 사람이 싫어지는 상태에 다다랐다.

매 순간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의 게시물에 사실과는 다른 의미부여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런 상태까지 가보니, 나는 뭔가 이상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SNS가 나를 좀먹고 있었고, 내가 아닌 나를 만들어 내도록 부추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SNS를 모두 지우기를 택했다.


처음에는 세상에서 단절된 것 같은,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며칠을 견디고 보니, 내 마음에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고요함이 찾아왔다.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매 순간 신경 쓰기보다는, 내 내면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됐다.

또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가지는 고요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됐다.

인기를 얻고, 남들의 관심을 어떻게 하면 내게 돌려놓을까라고 고민하며 사람들의 반응에 감정이 왔다 갔다 거리던 게 멈췄다.

오히려 그럴 시간에 나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나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멍하니 SNS를 짬날 때마다 바라보는 시간마다 다른 것을 하게 되니 내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물론 나처럼 깊게 들어가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절제하면서 SNS를 단순히 소통과 재미를 위해 한다면, 그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안에 유익한 게시물도 많으니까, 얻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처럼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고 있다면, 사회적인 연락망이 아니라 이상한 영향을 받고 있다면 잠시라도 SNS를 끊기를 추천한다.


예전에는 SNS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과 연락이 끊길까 봐라는 핑계로 쉽게 끊지 못했는데, 어차피 SNS상에서만 보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끊길 사람이고,  또 만약에 나나 상대방이 간절하게 연락이 닿기 원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닿을 수 있다. SNS를 끊은 지 반년이 다되어가는 시점, 나는 전혀 이상함이나 불편함을 못 느낀다. 누군가가 ‘너 그거 SNS에서 못 봤어?’라고 물으면 나는 이제 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알게 됐다.


SNS를 한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이 아니듯, 안 한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인 건 아니니까.


덕분에 나는 수많은 타인의 시선을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기보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나와 나를 아끼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게 되었다. 내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것, 진실성 있는 것을 쓰고 기록하는 재미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 기록하는 것보다 훨씬 나음을 알게 됐다.


SNS 때문에 남들의 시선만 신경 쓰게 된 나의 잘못도 있지만, 만약 그것을 스스로 절제하기 어렵다면 때로는 그 환경에서 나를 벗어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남들의 시선에 줏대 없이 잘 흔들리는 인간이기에, SNS로 돌아가는 일은 커다란 이유가 아니면 앞으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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