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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Nov 19. 2019

날 서 있는 사람의 말에 대처하는 방법

그런 사람이 있다.


하도 세상에 치이다 못해 그곳에서 깎여서 송곳 같은 날카로운 끝을 가진 사람.

그런 날카로움이 느껴질 때는 되도록이면 그 사람 앞에서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편이다.

잘못하다가는 내가 찔려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눈치를 보면서, 마치 발끝으로 걷는 것처럼 행동을 하다 보면 내가 저절로 지쳐 나가떨어지게 되거나, 아니면 그렇게 조심해도 그 사람의 눈에는 충분하지 않았기에 날카로운 끝으로 찔리고 상처를 받아 나가떨어지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 나는 한동안 끙끙 앓고는 했다. 


저 사람은 다른 사람을 향한 배려의 의미를 알고는 있을까?


최근에 그런 사람을 한 명 만났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 사람의 끝이 얼마나 날카롭게 다듬어졌는지 충분히 느껴졌는데, 그 사람의 힘든 상황을 보며 그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 해도, 매 순간 내가 찔려댔다.

어떻게 해서든지 가진 것 없는 날 깎아내리고 싶은지 시도 때도 없이 찔러대는 바람에 너무 아파서 그만 좀 찌르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 사람보다 더 거칠게 반응을 하자니 그렇게 해봤자 저 사람은 더 세게 나를 찌를 것 같았다. 


무례함이 도를 넘어서서 화가 났다.

어떻게 한 명의 인간이 되어, 저렇게 행동하나 싶었다.

자꾸만 그 상황이 곱씹어졌다.

더 거친 말이라도 한마디 퍼부어 줬어야 하는데.


하지만 일순간 들었던 생각은, 그냥 웃어 넘기기로 했다.

대신 속으로 그의 날 선 말을 거절하고, 거부하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 마음속으로 그 사람과 거리를 두기로.


대부분 그런 날 선 말에 절망하고, 괴로워했던 것은 그 말을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되는 비난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한구석에 있던 열등감이나 상처가 쿡 찔려 버려서 부정적인 감정이 되어 흘러넘쳤다.


물론, 매 순간마다 내 바로 옆에서 그런 말을 해댄다면 그 말을 거절하기가 엄청나게 어렵기에 회복할 시간을 얻기 위해 그 사람과 심리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거리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혹 가다 만나는 사람이라면, 그저 그 사람의 말을 시원하게 거절하자.


워낙 삶이 힘들어서 질척거리는 진흙탕에서 뒹굴다 보니, 나를 진흙탕 싸움으로 끌어들이려는 그 사람의 초대에 거절하자. 단순히 '뭐라는 거야?', '뭔 개소리래'라고 혼자 속으로 읊조리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내 말에도 실수가 있듯, 그 사람의 말이 결코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 사람의 판단력은 틀릴 수도 있고, 또 언제나 감정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더 날카로운 말로 그에게 퍼붓는다고 해서, 그를 결코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바뀌어도, 결국 그는 오히려 나의 말에 자신이 더 상처 받았다며 길길이 날뛸 것일 뿐.

지금 당장은 너무 억울하겠지만, 결국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내 마음이 더 단단해지고 더 무장되는 것이다.


차라리 진흙탕에 뛰어들기보다는 우리는 드넓은 창공에서 유유자적하며 날개를 펴고 날며 더 넓은 세상을 보자. 뭐, 정신승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안에서 승리는 승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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