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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Dec 05. 2019

무의미한 하루를 보낸 것만 같은 때

오늘 하루도 의미가 있음을 기억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밤이 찾아와 누운 오늘 밤,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서 잠이 오지 않나요?

제자리걸음은커녕, 빨리 앞으로만 나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뒤처져서 나의 쉼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나요?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니까.


세상에 당당하게 보일 마음이 있기는커녕, 방문 하나만 사이에 두고 각자의 삶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른 가족에게 폐가 될까, 아니면 그들의 눈에 띄면 당신의 오늘이 얼마나 무가치한 것인지 듣게될까 숨을 죽이고 숨은 당신. 가진 게 하나도 없이, 이뤄놓은 거 하나도 없이,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바람에 따라 흘러가기만 하는 하늘 위의 구름처럼 내가 너무 무의미하다 느껴지나요.


다른 이들에 비해 나의 삶은 한없이 가벼워 보이고, 혹시라도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민폐가 될까 숨어서만 지내고 있나요.


하지만 오늘도 변함없이 당신의 삶이라는 그림에 오늘이라는 발자국이 찍혔어요.

아무도 지울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았어요.


오늘의 고민, 고통, 그리고 무기력함.

외면하고 싶었던 그것들도 나의 일부가 되어 우리 인생에 자국을 남겼어요.

그리고 이렇게 바닥으로 꺼져서 내려가기만 하는 것 같은 나날들도, 언젠가 내가 다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줄 거예요.


방구석에서 홀로 깊은 절망을 경험한 만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이 나날들이 알려줄 거예요.


지금 우리의 삶에 잠시 일시정지가 온 것일 뿐.

아예 모든 게 사라져 버린 정지가 온 건 아니에요.

여태 이룬 것, 버텨낸 것, 그리고 고통을 마주한 것.

당장은 의미를 알 수 없을지라도, 이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이 모두 쌓여서 당신의 앞날을 더 다양한 빛깔로 칠해줄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절망하며 뒤척이지 말고, 잠이라는 선물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으니 걱정 말고 잠들어요. 당신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니.


오늘 밤, 푹 자요. 그리고 내일 아침 깨끗이 씻고, 사람이 조금 드문드문 다니는 늦은 아침의 거리에 나서서 햇빛도 맞으며 걸어봐요. 따스한 햇살, 길가에 힘겹게 핀 들풀, 그리고 저마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것들을 하나하나 마음속에 기록해요.


단 비교는 하지 말고, 보이는 것들만 고스란히 느껴요.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나도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해보겠노라고 다시 한번만 다짐해봐요.

언젠가 우리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언젠가 포기하게 되었던 다짐처럼.


눈에 띄는 것을 이루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늘 하루 밖으로 나왔다는 것, 그리고 몸을 깨끗이 씻었다는 것처럼 사소한 것을 이뤄도 좋아요.

그리고 하나 이루었다면, 또 하나씩 차근차근 이뤄나가 봅시다.

주변 이들의 열 걸음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내가 어제보다 오늘 한 걸음 더 걸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봐요.


당신 몫의 어려움을 견뎌내며, 하루를 무사히 살아온 당신.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나는 알아요.

오늘 하루 수고 많았으니 이제 푹 쉬어요.

그래야 또 다른 내일을 마주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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