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연민에 젖어드는 밤
아군인 것 같기도 하면서, 적인 것 같은 너
자기 연민.
영어로는 self-pity라고 합니다.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 불쌍히 여기는 감정.
물론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향한 공감이 때로는 내게 큰 힘이 되어줄 때가 있습니다.
이 세상을 이롭게 할, 내가 가진 신념을 위해 세상의 시선에 맞서 싸우며 나를 변호하고 보호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공감을 넘어서서, 도가 지나칠 정도로 나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이 되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 모호한 경계를 가르는 것은, 그 감정에 대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나 스스로 나를 위해 공감하고 사랑하는 것은 나를 세워줍니다.
나 스스로 나를 사랑해주며 보호하려 애쓸수록 나는 더 강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내게 나에게 좋은 응원의 말이나 긍정의 말을 던질수록 나는 힘을 얻어 오늘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지나친 자기 연민은 나를 무너뜨립니다.
과도한 연민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볼수록, 자꾸만 주저앉아 푸념하고 울게만 되고 과거에 얽매여 나올 수 없게 됩니다.
‘나는 이래서 불쌍해’라며 자신을 과도하게 무너뜨릴수록 우리는 다시 두발을 딛고 설 힘이 서서히 사라지게 합니다.
그리고 자기 연민은 나를 방어적으로 만들어,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을 향해 탓하게 만듭니다.
자기 연민의 목소리는 엄청나게 달콤합니다.
어느 상황을 객관화시켜서 나의 실수를 짚고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 때에 ‘네게는 잘못이 하나도 없어’라며 속삭입니다.
과도한 자기 연민은 곧 삐뚤어진 자기애로 이어져, 나를 싫어하는 이들은 모두 잘못되었다는, 나르시시즘적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렇게 불쌍하고 약한 사람이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당연히 맞춰줘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할수록,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남에게 기대게 만들어 자립심 없는, 나약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스스로도 직접 겪어봤듯이, 어떤 이가 안쓰러워 보여서 동정심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어떤 약점이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모든 부분을 받아주고 이해해줘야만 하는 특권이 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약점 하나를 내세워서 동정표를 받고, 그 동정표를 이용해 무례한 행동이나 상식 밖의 행동을 이해받으려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아흔아홉 가지의 부분을 받아주고, 단 한 가지 부분을 받아주지 않는 사람을 향해 되려 손가락질하며 이해심 없고 차별하는 사람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이렇게 자기 연민의 늪은 무섭습니다.
처음에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처럼 굴더니, 결국 나중에는 나를 집어삼켜버리는 적이 되어버리는 그런 것.
아직도 자기 연민이 내게 속삭이고 있다면 그 목소리에 귀를 닫고, 나를 튼튼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공감의 목소리로 바꾸어 봅시다.
‘이 상황이 속상하지만, 분명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실수는 짚고 넘어가야 해’라고 당당하게 나를 마주합시다.
건강한 자존감은 내 장점이나, 밝은 면모만 봐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건강한 방법으로 받아들일 때라야 비로소 생깁니다.
‘나는 이것도 가지지 못했으니까 불쌍한 사람이야’가 아니라, ‘나는 이것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지. 대신 나는 다른 걸 가졌잖아?’라고 하는 것.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비난의 화살이 나를 향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언젠가 경험한 좋은 스승처럼, 나를 따스하게 안아줄 때는 안아주되, 또 고쳐야 할 점이 있으면 고쳐주기도 해야 합니다.
잘못된 길로 걸어가는데 무조건 ‘너는 맞아’라고 하는 게 아닌, 잘못된 것을 직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것.
진정한 사랑은 이 마음가짐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네가 어떤 잘못을 해도 떠나지 않아’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도, 잘못된 방향을 택할 때는 바로잡아 주는 것.
그게 진정으로 나를, 그리고 다른 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동정은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동정하는 걸 멈추고, 또 사람들에게 동정받으려는 것을 멈추고, 그 누구에게 사랑받기를 갈구하기 이전에 나를 건강하게 사랑해줘 봅시다.
자기 연민에서 건강한 사랑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