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글쓰기
오늘의 첫문장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대학교 때 우연히 제목을 보고 집어 든 그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항상 학교 추천 도서에 있었으며, 이름부터 얼마나 있어 보이는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니. 이 책을 책상에 올려놓고 공부를 하면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문학을 좀 아는 사람으로 볼 것이라 생각할 것이라는 상상을 했지만,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책을 빌리려고 하면 항상 모두 대여 중이라 4주 넘게 기다려야 했으며, 그 4주를 기다려서 빌린 책은 들고 다니는 가방의 무게만 늘릴 뿐 아무런 가치를 하지 못해, 한두 장도 펴보지 않고 도서관에 반납하기 일쑤였다. 대학교에서는 이 책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책의 무거움"이란 제목으로 짓는 게 편했을 것이다.
실상 상상한 대로 지나가는 여학생들은 하나 없고 도서관 자리를 조금이라도 오래 비우면 눈치를 주는 여학생들만 있었기에, 나에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은 그저 무거운 벽돌에 지나지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나, 회사 점심시간에 근처 서점을 돌아다니다 다시 본 그 책. 이번에는 읽어봐야지 하고 호기로 사려다, 회사에서 퇴근하는 가방의 무게를 떠올리고 다시 내려놓았다. 쉽게 변하지 않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