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차 5일 - 이어쓰기 ( 40 / 108 )

릴레이 글쓰기

by 동굴탐험

오늘의 첫문장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났다.”

항구와 도시가 주는 느낌은 다른 도시가 주는 느낌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특히, 항구가 주는 느낌은 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드나들고 조만간 먼 길을 떠나는 곳인 항구는 안정적이지 않는 특유의 불안정성이 주는 느낌이 있다.


그렇기에 조르바를 만난 그 항구 도시처럼 나도 포항에 내려와있다.

이곳 포항은 조용한 항구 도시이다. 강릉과 부산처럼 큰 항구는 아니지만, 매일 아침 주변 산책을 나가면 느껴지는 바다 내음과 바닷가 특유의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내가 이곳에 내려오게 된 건 훌쩍 바다를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그런 관광지 말고 몇 달 동안 머물면서 생활할 수 있는 한적한 항구도시를 원해서 내려왔다. 그렇게 시작된 포항 생활.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내려와있으니, 날 찾는 연락들이 종종 온다. "포항? 거기 물회 맛있냐? 내려가면 재워주냐?" 대학교 친구인 P 군의 질문이다. 항상 여행을 같이 다녔던 P 군은 내가 포항에 내려와 있다고 하니 바로 내려온단다. 아마 술을 마실 제대로 된 핑계를 찾은 거겠지. P 군이 오기 전 잠깐 장이라도 보기 위해 시장을 나가 보았다. 해산물과 여러 건어물을 파는 시장을 가면 가끔씩 보이는 젊은 여자 A 양이 눈에 들어온다. 시장에는 몇 번 왔지만, A 양과 같은 사람은 이 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그러니 전체와 조화가 안되는 사람이라 처음부터 눈에 확 띄었다. 부모님 장사를 도와주는 건지 아니면 새댁으로 여기 와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에 올 때마다 들러 말을 붙이고 있다.


"오늘 들어온 거 중에 괜찮은 거 있어요?"

"지금은 숭어가 제일이에요. 항상 드시던 대로 1인분만 떠드리면 돼요?"

"아니요. 오늘은 3인분이요."

"누가 오셨나 봐?"

"예, 위쪽에서 친구 놈이 내려와서 넉넉히 떠가려고요."

"아~ 그래서 타지 분이신 게 맞았네?"

"아. 네. 뭐.. 여기가 고향은 아니니깐요."


잠깐 동안의 대화였지만, 나를 타지 사람으로 이미 알고 있었던 듯했고, 그녀는 이곳 사람인 듯했다. 떠준 회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읽던 책의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나의 조르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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