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中 봄이 왔는데 당신이 가네요
다시금 만난 어렴풋이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그녀. 그녀가 맞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뭐 어쩔 것인가. 그 당시의 느낌을 아찔하게 상기시켜주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한 것을.
작가가 본인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방식의 글을 읽으면 작가가 보고 듣는 소리를 상상하며 읽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모텔방이 '맵고 싸늘한 오래된 침묵들로 가득 차있다'라는 문장이 참 인상 깊었다.
아찔한 옛날 기억에 가슴을 콕콕 찌르는 느낌도 있지만, 지금은 그때 그 시간이 아니기에, 싸늘하고 오래된 침묵이 방 안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는 듯한 느낌. 누가 봐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는 작가를 상상하게끔 하는 문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