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 <청춘의 문장들> 中 시간은 흘러가고 슬픔은 지속된다
각자에게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이 글에서는 '구급차를 따라오지 못한' 아이에게 구급차를 떠나보내는 그 시간은 엉겁과 같았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시끄럽게 울던 매미 소리가 일제히 없어지고 정적이 흐르는 그 찰나의 순간, 슬픔의 깊이는 한층 더해졌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면 이러한 평생 잊지 못하는 순간들이 몇 있다. 나에게는 군대 있을 시절 받았던 한 통의 전화가 그랬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있으니 지금 나오라는 그 말. 그리고 암이라고 곧 수술을 한다는 말. 전화기 넘어 들리는 아버지의 말소리는 순간 내 주변의 시간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나에게는 잊지 못할 찰나가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슬픔은 오랫동안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