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대평리를 추억하며)
서울에 돌아오자 거짓말같이 머리가 꽉 막히며 글이 전혀 쓰고 싶지 않아졌다. 공간이 주는 일상에 대한 무게감이 특별히 바쁘지 않음에도 글로 가는 손을 멈추게 한다(다행히 곧바로 다가온 명절이 주는 스트레스가 글을 쓰게 해준다. 왜 내가 계몽 웨딩이라는 글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명절은 가족들이 만나서 행복해야 할 자리인데 늘 그렇듯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 각자의 입장에서 불평을 털어놓으면 가지각색 수만 가지 이유가 나오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보면 한 가지이다. 존중,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타인의 의지를 투영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 너는 너, 있는 그대로를 '그렇구나~'하며 받아들이고 존중해주면 되는 것을 꼭 자신의 의지를 넣어 한 마디씩 하여 타인을 내 기준에 맞춰 바꾸려 한다. 가족, 친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내가 아니면 전부 '남'인 것인데 가족이니깐, 친척이니깐 '너를 생각해서' 한 마디씩 거든다고 한다. 그니깐, 누누이 설명하지만 가족이고 친척이고 나발이고 내가 아니면 전부 남 이리니 깐요! 날 잘 아는 척! 위하는 척! 제발 하지 말고 각자 살아갑시다. 제에발~
이렇게 글은 쓰지만 사실 이런 말들은 가슴에서 나와 식도 밑에서 맴돌다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뇌로 올라간 후 온몸으로 나른하게 퍼져 내 생명력을 한 시간씩 줄어들게 한다. 늘 이런 식이다. 내가 인정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면 시원하게 내뿜지 못하고 그저 내 안에서 맴돌다가 사라진다. 엉망진창인 한국사회에 대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몰상식과 무논리를 있는 힘껏, 하지만 논리 정연히 비판해주고 싶지만 이놈의 몸뚱이는 국민학교를 2년이나 경험하고 공립학교의 폭력교사들 감시하에 무려 12년을 지내온바, 스스로 가장 안전할 수 있는 침묵을 지키는 것에 너무도 익숙하다. 나이가 들어서도 변하지 않는 걸 보면 그냥 내가 비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비겁함은 내가 가진 직업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기존의 사회질서를 고스란히 재생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이 직업은 그야말로 보수적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의 한국사회가 이루어놓은 이 '질서'가 굉장히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이며 부도덕하여 미래사회를 만들어나가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여 난 기존의 '질서'를 그대로 생각 없이 답습하는 이 직업세계의 사람들을 모두 증오한다.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왜 그래야 하는 거죠?"라는 질문을 단 한 번도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인간들, 하지만 여전히 난 그들이 재생산하는 한국사회에 동조하고 있다. 침묵으로 말이다. 여전히 나 나는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 끝끝내 내 안의 모순을 끌어안고 한숨 결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다.
모순덩어리다. 최악이다.
이젠 더 참을 수 없다. 너무 오랜 시간 담아놓아 구린내 나도록 썩어 쌓여있는 '내 말'들을, 잠자리에 들 때나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릿속을 한가득씩 채워가는 한국사회에 대한 고함들을 올해부터는 글로써 조금씩 뱉어내 가야겠다. 내가 터져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