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바레 오또상

by Hache

실로 오랜만에 한 (나에 비교하면) 노인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우린 ‘치킨 레이스’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진실을 들춰보자면 나눴다기보다는 들어주는(척), 동의하는(척) 역할을 해주었고 그는 자신의 주장이 ‘치킨 레이스에 참여하라’는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그렇다. 그는 결코 몰랐고 죽을 때 까지도 모를 것임이 확실한 류의 대표적인 인간이었다. 전이었다면 한 마디라도 그 무지함, 빈약하고 비좁은 시야를 밝혀주려 애를 썼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자신의 선택에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걸어놓은 최면에서 깨어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그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하면 되는 것이고, 난 그와 한 점에서 조차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상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므로. 그저 응원하는 마음으로 경청해주고 동의의 제스처를 보냈다. 간바레 오또상.


긴 연휴의 끝에 상념에 빠진다. 내가 쓸쓸한지 세상이 쓸쓸한지 좀 더 평소보다 어두워 보이는, 더 많은 사람이 일찍 잠든 풍경을 본다. 내일은 비가 내린다고 한다. 여전히 세상은 어렵고, 그리고 늘 그랬듯 아무렇지 않게 월요일이 돌아온다. 긴 시간의 굴레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막막할 따름인 새벽이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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