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라톤. 지금보다 빨리 달릴 수 있지만 그러면 오래 달리지는 못 할 것 같아 그저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는. 아니 그보다 지금의 속도가 주는 적당한 안정감과 적당한 만족감이 ‘딱 좋다’라고 느끼는 것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산책하듯 바람을 느끼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 사실 모든 사람이 도달하기 바라는 곳은 그것 아닐까? 괜히 ‘왜 난 지금보다 더 빨리 뛰지 못하는 거지?’ 하며 매번 주말마다 자책하기보단 그저 ‘이건 더 오래 뛰기 위한 나의 페이스 조절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결국 이게 정신승리인 건가?
토요일 오후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적당히 모바일 게임을 하다가 적당히 주중에 생각했던 업무 관련 사항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또 적당히 요즘 빠져있는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 ‘한 남자’를 보며 느리고 또 고요한 진동의 오후를 만끽한다. 흘러나오는 음악을 마약 삼아 주중을 보내다가 간신히 맞이하는 주말의 고요와 적막은 비교할 수 없는 회복의 시간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지박령스러운 성향의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오늘은 mbti를 다시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