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왔던 것들
사실 어둠이 빛보다 자연의 본질에 가깝다. 어둠은 우주에 아무것도 없던 때에도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빛은 무언가로 인해, 그것이 우연의 산물이건 필연이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빛은 칠흑 같은 어두움도 곧바로 없어지게 만든다고들 하며 빛의 강함을 얘기하지만 실은 어둠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요함을 자꾸 요란하게 찔러대는 빛을 피해 없는 척 존재감을 낮춰주었을 뿐이다. 빛은 영원하지 않다. 별도, 태양도, 형광등도 모두 한계가 있다. 그 수명을 다하면 빛의 소란스러움은 사라지고 어둠은 원래 그랬듯 조용히 자신이 있던 위치에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언제든 빛이 오면 다시금 그 자리를 내어줌에 망설임이 없다.
빛은 억지스럽다. 있는 힘껏 그 존재감을 과시해야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 그래서 짧게 불타오르고 사라진다. 어둠은 자연스럽다. 있는 그대로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 고요하게 주어진 자리로 만족한다. 그래서 영원하다. 빛이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다. 애초에 빛의 존재 자체에 초연할지도, 어차피 짧게 왔다 가는 속성인 것을 긴 우주 세월을 통해 알고 있을 테니깐 말이다. 모든 서사에서 빛은 선, 어둠은 악으로 분류 지어 놓는다. 난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빛의 속성이 더 악하다. 부자연스럽다.
인간사에 빛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것이 과하다고 생각된다. 잠들기 전 적막과 어둠 속에 홀로 빛 발하고 있는 작은 전구를 보다가 문득 ‘왜 저 전구는 저리도 억지스럽게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내려 힘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이어서 각 사회집단에서 헤게모니를 반드시 만들어내고야 마는 종류의 인간들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들은 늘 떠들썩하다. 스스로의 당위를 증명하기 위해 늘 요란하다. 주위를 소란스럽게 만든다. 자신과 같지 않은 것을 악으로 분류하고 배척한다. 어쩐지 이런 것들이 빛의 속성과 너무도 닮아 있어서 ‘아, 그렇다면 이런 인간들이 바로 영웅 서사에 나오는 그런 영웅들의 부류인가?!’라는 생각에 가닿자 뭔가 그건 아니지 않나 싶어서 생각을 전개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