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보는 동네 밤길은 별것도 아닌데 이유 없이 사진 찍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높이 있는 가로등이나 철쭉 사이를 비추는 낮은 거리등이 예쁘다. 주황끼 있는 백색광이 좋다.
고향, 이게 고향이라 불릴만한 감상을 주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을 떠나온 지 8년. 온전히 내게 귀속된 건 아직은 멀쩡한 몸뚱이와 헤드셋, 지니 정기 구독권 정도. 자유는 아직.
멀리 있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살아왔는데 돌이켜보니 결국 내 손에 닿지 않을 것들이란 결론이 내려지는 것 같다. 조금씩 눈 앞에 있는 것들을 보고 누리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동네 공원에 다운힐 하기 아주 좋아 보이는 적절한 경사와 길이의 공간이 꽤 많은 것 같다. 늙어서 몸뚱이 못쓰게 전에 롱보드 꼭 타봐야겠다.
이제 4월 끝자락인데 뭉근 뜨뜻한 공기에 바람이 섞여 이른 여름밤의 정취가 느껴진다. 어디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돋아난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도 좋을 것 같다.
다리를 감싸고 지나가는 바람이 부드럽고 적당히 시원하다. 한동안 수렴하는 생을 살았는데 조만간 발산할 때가 올 것 같다. 일도 삶도 별것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