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책 보다가 갑자기

by Hache

원인이 무엇이었나 되짚어본다면, 글쎄.


그저 그때 힘이 들었고, 매일 출근길이 두려웠고,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잘못된 것들이 파도처럼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았어. 말할 곳, 의지할 곳 없어 그저 다가오는 쓰나미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또 서른 해 넘도록 수영도 할 줄 몰라 그저 물속에서 허우적 댈 뿐, 아무런 방법이 보이지 않았어. 이대로라면 그냥 죽겠구나, 얼마간 더 참을 수는 있겠지만 머지않아 입에 머금은 마지막 공기도 바닥나겠구나. 그럼 그때 죽으면 되는 건가? 그걸로 괜찮은가?


날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사실은 나 자신이었다고. 누구든 붙잡고 좀 살고 싶다고 애원이라도 할 줄 아는 인간이었으면 어쩌면, 커다란 구조선은 아니더라도 튜브 정도는 나눠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여기가 죽을 곳이란 걸 결국 알아차린 게 늦었지.


단 한 번도 푸름을 본 적이 없던 곳에서 열매 맺길 바랐던 바보 같은 2014년의 나를 걷어차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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