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 고물상 사장님의 차는 테슬라였다

제목이랑 글이 달라도 괜찮아

by Hache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을 맞아 천변길을 산책했다. 계절을 체감하는 것이 각각 다른지 어떤 나무는 만개하였고 어떤 나무는 이미 꽃잎을 많이 잃은 상태, 또 어떤 나무는 아직 보여주고 싶지 않은지 몽우리 져 있는 상태였다.


흐드러지게 많은 벚꽃 군락은 단연 멋지지만 어쩐지 이번 봄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 홀로 서있는 한그루가 눈에 밟혔다. 금요일 퇴근길에 고가도로를 내려오며 맞은편 고물상 앞마당에 핀, 한그루 벚꽃나무를 보있다. 산화된 주황색 고철더미 옆으로 흰색, 연분홍색의 벚꽃들이 고철 위로 드리웠다. 어쩐지 그 대비가 강렬하여, 아니, 이미 버려진 것들과 가장 화려한 빛으로 함께 있는 그 나무가 성자같이 보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군락 속 한그루는 이미 충분한 군락의 아름다움에 자신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배경이 될 뿐. 하지만 고물상의 그 한 그루는 자신이 벚꽃나무임을 천변의 어떤 나무보다 찬란히 빛내고 있었다. 비록 그가 서있는 그곳이 고물상이어서 대중들로부턴 멀어졌지만 말이다.


어쩐지 그 모습이 기억나 평소 잘 가지 않는 천변 반대 길로 건너갔다. 길을 따라 걷는 길엔 소외된 것들이 많았다. 유리가 깨진 폐공장 건물, 산화돼 곳곳이 벗겨진 중장비, 덩굴에 덮인 비닐하우스, 먼지 쌓인 손수레, 교통안전공원의 어린이 자동차까지. 이 길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도 벚꽃나무들은 듬성듬성 있었고 벚꽃잎이 떨어져 소외된 것들과 그 주변에 함께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사진에 담아봤다. 쓸쓸함이나 처연함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그것은 나만의 감상일 뿐, 고물 어린이 자동차에게 물어보지 않았으니 진짜 속내를 알 턱이 없었다.



나도 이것들과 같고 싶다고 은연중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모습이 세상에 어떻게 비치든, 쓸모가 세상과 괴리되었든,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졌든, 서있는 장소가 더럽든,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그래도 내 옆에 있는 하나와 친구가 될 수 있음에, 욕심 없이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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