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론

by Hache

아이유의 이번 앨범 마지막 트랙 ‘에필로그’는 작곡과 편곡에 참여한 김수영 버전이 더 마음에 들어온다. 일요일 새벽 6 시에 하는 라디오 북클럽 녹음본 마지막에 언급되어 또 듣게 된다.


https://youtu.be/n9tmOdHFdA8


계절은 벌써 4월의 끝을 가고 있다. 온도로 4계절을 분할하는 것이 이젠 좀 무의미한 것 같다. 오히려 감정의 추이가 어떻게 흐르는지에 집중하게 된다. 오늘은 허무함, 무념, 혹은 중립적 뉘앙스로 ‘안정’이 떠오른다. 이런 감정 추이로 들어가는 때에 항상 새로운 세계로의 이전을 감행하곤 했다. 글로 써놓고 진지하게 생각해 봤더니 정말로 그러했다. 커리어와 사람의 측면에서 모두 말이다. 올해는 이 계절이 날 또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해진다.


최근 왓챠에서 본 ‘데브스’라는 드라마에서는 결정론적 세계관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과 선택에 자유의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해진 변인에 의한 실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어 미리 볼 수 없을 뿐, 우리는 그저 각자가 가진 하나의 트랙을 달려가는 기차일 뿐이라는 논리이다. 이유 없이 일어난 일은 없다는 측면에는 공감하지만 높은 복잡도의 사건이 결정론적이려면 모집단 표본이 무한대여야 가능하다는 통계 수리학에 비추어 볼 때는 한 사람의 인생에 그것을 적용하기에 과한 감이 있다. 진실은 어차피 존재 너머의 존재만이 알 것이고, 어쩐지 이런 이야기가 ‘그저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것이니 조급해하거나 겁먹을 필요 없다’는 위로로 다가오는 건 내가 지쳐서이겠지.


역삼역 출구로 보인 초록이 유난히 빛난다. 이것도 훗날 내 추억이겠거니 사진 찍어보려다 나만 유난스러워 보일까 그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출근길부터 지친 한주의 시작이지만 어차피 나의 트랙, 여유를 가지고 시간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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