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엔 공허한 음악이 좋다. 열정, 진취, 꿈, 사랑, 성공, 뭐 이런 자본주의적인 가치를 향하게 하는 상업적인 음악들은 싫다. 시스템에 길들여지기보다 본연의 내 모습이고 싶다. 음악을 링거 삼아 간신히 연명하는 하루하루가 아닌 애쓰지 않아도 그냥 나로 지내도 괜찮은 매일이었으면 한다.
사람, 군집은 늘 지옥이다. 나와 같지 않은, 그 속내도 알 수 없는 것들과 섞이는 일은 모두를 서로에게 빨간 도깨비가 되게 만든다. 실은 각자의 모습일 뿐인데 집단화된 인간들은 그것에 기준을 만들어 정상과 비정상의 다툼을 한다. 인류 역사에 끊이지 않는 이것이 다름 아닌 연옥이다. 죄짓고 죽으면 지옥에 간다고? 아니, 죄지은 우리가 사는 이곳이 지옥이지.
매일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나를 나로 더 단단해지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흐물거리다 영혼을 뺏긴 좀비들의 행진, 등교, 출근의 또 다른 이름. 누구나 드넓은 평원을 꿈꾸겠지? 설마 이 좁은 지하철과 좁다 못해 보이지도 않는 인식 속 공간 sns로 만족하는 사람은 없겠지?
모두 당장 탈출해야 할 것 같은데 기꺼이 매일의 익숙한 지옥을 선택하는, 선악과 원죄의 인간들. 좀 더 많은 비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