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by Hache

현관문과 부엌, 갈림길 언저리 반쯤 허용된 내 자리. 인생도 인간관계도 늘 그 언저리에 서있다. 억지로 끼워 맞추듯 간신히 견뎌내던 학창 시절, 가난과 슬픈 표정만 기억에 남는 집, 고향. 과거를 지워보려 홀로 먼길 떠나와 고군분투 일어섰지만 결국 변하지 않은 나를 마주한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갈림길만 서성이는 인간. 편안함을 이루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소공녀에게는 캐리어와 튼튼한 두 다리가 있듯 내겐 최소한의 짐을 보관할 차가 있다는 것. 다행이다. 직장과 일상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런 나라도, 반쯤 걸쳐서라도 살아갈 수 있어 다행이다. 언제든 내려야겠지만 그때까지라도 주어진 시간과 사람들을 소중히 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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