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짓들의 연속인 삶. 그 무의미한 일들이 실은 유일하게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라는 사실이 이제야 보인다. 자고, 일어나고, 일하고, 먹고, 얘기하고, 씻고, 그리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무한 반복. 그 무의미를 유의미로 만드는 것이 인간의 관습에서 나온 서로 간의 교류 행위였다.
엄마에게 아빠를 사랑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중학교 때였나, 엄마는 빠르게 대답하지 못했고 난 초등학교 입학 전 엄마가 한차례 가출을 시도했던 날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기에 자식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라 결론 내렸다. 결혼이 무가치한 일이라는 내적 가치관 형성과 함께. 추석 마지막 날, 집에 가서 두 분의 이십 대 시절 사진을 보았고 20년 전 내린 결론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두 사람의 세월은 사랑이었다.
무가치한 일과 가치 있는 일에 구분이 없다는 사실이 보인다. 그저 각자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삶에 최선을 다 할 뿐, 상대적인 가치평가는 무의미함을 느낀다. 어느 직업이든 다 각자에게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별것 아닌 것이 별것인 인간의 삶을 나 또한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알게 해 준 2021년 9월 추석의 여수 밤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