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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 Jun 17. 2024

아무렇지 않다

퇴근했지만 아직 퇴근 중이다. 사람 사이 부대끼고 싶지 않아 부러 버스를 한대 보내고 또 두대 보냈다. 어차피 일찍 가봐야 이미 해는 지고 한밤중. 뜨는 해는 지하 6층에서 맞고 지는 해는 마중하지 못한다. 주말에 본 노을은 예뻤다. 노을 트래킹을 좋아한다. 기회가 쉽사리 주어지지 않아 더 좋아하나 보다. 아무 데서나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길게 지는 해를 지루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희망한다. 노랑이 주홍이 되고 까만 물감 풀어놓은 듯 탁해지며 하루가 저물어버리는 순간을 매일 볼 수 있는, 서쪽 수평선이 보이는 옥상이 있는 집이면 무척 좋겠다. 여긴 도시 한복판. 어떤 이는 원치 않았을 콘크리트 도시. 편하고 안심하지만 그래도 내내 노을이 그립다. 조그만 창문 한 조각 들어오는 노을이 내내 더 그리워진다. 하루가 사라졌지만 아무 생각 없으면 그럭저럭 아무렇지 않게 살아진다. 그냥 아무렇지 않다. 내일도 아무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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